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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염규현, 양효걸

[로드맨] 보이지 않는 대형마트 - 퀵커머스의 그림자

[로드맨] 보이지 않는 대형마트 - 퀵커머스의 그림자
입력 2021-09-25 20:28 | 수정 2021-09-2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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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드맨 ▶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에, 많은 동네 마트와 상인들은 그야말로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는 마트가 있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무슨 일인지, 지금부터 길 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현장1] ‘부르면 간다’ 15분만에 원하는 곳으로

    (주섬주섬 / 뭔가 갖고 오는 로드맨)

    [로드맨]
    "김치, 포도, 휴지, 치약, 우유, 우유가 차갑습니다. 마트가 이 안에 들어있다고 하거든요. 아니 저희 집 앞에 있는 마트보다 물건이 많은 것 같아요."

    [로드맨]
    "그런데 뭐 기본적으로는 과자, 라면, 조미료, 유아용품, 국, 찌개, 탕, 김치 반찬, 과일, 채소, 러드, 계란. 손가락 다섯 개로 안 돼요. 제가 지금 골고루 담아봤거든요."

    [로드맨]
    "얼마 만에 오는지 주문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저희가 10시 23분에 주문했는데 11시 되기 전에 거의 도착을 했거든요."

    [로드맨]
    "안녕하세요. 혹시 마트에서 오신 거죠? 어디서 오신 거예요?"

    [배달원]
    "연희동이요."

    [현장2] 대체 어디서 오길래

    (이런 물건들은 어디서 올까?)

    [로드맨]
    "지금 위치가 여기라고 나오는데 지금 외관상으로는 전혀 뭐 표지판이나 간판은 없는 상태입니다."

    [플랫폼 마트 배달원]
    "주문 들어간 거 포장되면 저희는 번호 보고 (콜을) 잡아서 가지고 나오는 거예요."

    [플랫폼 마트 배달원]
    "일반 마트에서 판매되는 그런 제품들 대부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아이스크림 이런 거는 냉동고가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아이스크림도 있어요."

    [플랫폼 마트 배달원]
    "창고만 있다고 봐야 되죠. 사람들이 들어가서 사는 게 아니니까. 시간은 보통 코스가 잘 맞고 가까우면 한 10분 만에 세 집도 (배달)하고요."

    [팩트맨] 무늬만 플랫폼, 들여다보니 '대형마트'

    익일배송, 새벽배송에 이어 이제는 퀵서비스처럼 15분 만에 장을 봐 가져다주는 '퀵커머스'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한 업체는 1년도 안 돼 960% 넘게 성장했고요.

    4년 뒤 전체 시장 규모 5조 원을 넘보는 '공룡'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비대면 바람을 타고 쿠팡과 SSG 등 기존 유통 강자들도 뛰어들기 시작했고요.

    문제는 단순히 배달만 빨라지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아예 별도의 물류창고를 차려놓고, 직접 물건까지 조달하는 시스템.

    직영 창고를 온라인 배송의 거점으로 쓰면서 배달비는 물론, 유통 마진까지 독식하고 있는 겁니다.

    업체들은 틈새시장을 개척했다고 하지만, 생필품부터 문구류, 신선식품까지 동네 슈퍼마켓과 상품이 일치합니다.

    ‘온라인’의 모습을 한 또 다른 대형 마트,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현장3] 옆집이 대형마트?…주택가 파고든 퀵커머스

    (평화로워 보이는 이 골목에…)

    [지역주민]
    "오토바이가 굉장히 시끄러워요. 오토바이들이 말도 못 해요. 말도 못해. 위에다가 다 뺑 둘러서 놓는 거야. (물류센터가 골목길까지 들어와 버렸어요.) 그러니까. 그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로드맨]
    "(손님에게) 머리 하러 오셨는데 오토바이 이야기하니까 고개를 끄덕이시네."

    [인근 주민]
    "여기 차로 많이 왔다갔다하는데 오토바이 때문에 위험해요."

    (‘도심형 물류센터’ 연 매출은 1400억 원…보이지 않는 ‘거대’마트)

    [로드맨]
    "지금 이곳 같거든요. 여기 보시면 오토바이들이 좀 서있거든요."

    [플랫폼 마트 배달원]
    "애플리케이션으로 배달이 뜨면 위쪽에서 콜이 잡혀요. 편의점에 해당하는 물품들이 위쪽에 다 배치되어있더라고요."

    [플랫폼 마트 배달원]
    "창고형으로 돼 가지고 저희는 마트 안에 들어갈 수는 없고요."

    [로드맨]
    "보니까 너비아니, 새우 볶음밥, 해물 경단, 뽀로로 요구르트. 거의 뭐 다 있네요. 종류가."

    [플랫폼 마트 배달원]
    "생필품도 거의 다 있고. (주문량이)보통 평균적으로 10건에서 30건이 떠 있는데 원래는. 요즘은 한 50건에서 100건도 뜨는 경우도 있고."

    (플랫폼 마트 바로 옆 동네마트를 찾아가봤습니다.)

    [곽선일 / 인근 마트 사장]
    "(저기는 코로나 때문에 더 잘 된다고.) 잘 되죠. 오토바이 숫자가 벌써 부릉부릉 하고 지나가는 게 횟수가 벌써 틀리니까. 그게 답답한 거죠."

    [곽선일 / 인근 마트 사장]
    "구멍가게가 없어진다라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 좋은 거거든요. 왜냐하면 편의점은 물건값을 좀 비싸게 사거든요. 개인적으로 제가 소비자 입장이었을 때 생각해보면 그래요."

    [한동진 / 마트 사장]
    "(실제로 지금도 매출이나 이런 것들은 감소 추세에 있으신가요?) (예전에) 100이었다면 지금 한 30%? 그런데 앞으로 더해질 거 같아요. 대기업을 막을 수는 없고요. 마진을 깎아주고. 그게 이제 현실이죠. (앞으로 동네마트는?) 답이 없어요. 답을 낼 수가 없죠."

    [김성민 회장 / 한국마트협회]
    "지금 초등학생과 대학생을 같은 선상에 놓고 달리기를 하라는 것과 똑같거든요? 오프라인에 있는 중소마트나 자영업자들은 다 고사 되겠죠? 대형 유통 플랫폼들이 가격을 마음대로 쥐락펴락 올리고 내리고 다 하는 거죠. 다 죽기 전에 뭔가 처방을 강력하게 해야된다는 거죠."

    [현장4]

    (이미 이런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로드맨]
    "혹시 여기 예전에 뭐 있었는지 기억해요? (마트 있었어요.) (여기에 슈퍼 하나 있었던 것 같은데)"

    [남순남 / 인근 주민]
    "(얼마나 오래된 곳인가요, 여기가?) 한 30년 됐죠. (그런데 없어지고 나서 어떤 점이 불편하신가요?) 불편하죠. 지금은 이제 멀리 가야 돼요. 슈퍼가 주택가에 하나 있기는 있어야 되는데."

    (수소문 끝에 폐업한 가게의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유해연 /폐업 마트 사장]
    "(사장님 여기는 뭐 있었던 곳이에요?) 이거는 옛날에 과일. 그런데 완전 정리를 다 했죠. (여기 음악도 트셨던 모양이네) 디제이 방송도 하고. (얼마나 아쉬우셨을까 그래.) 아휴 어떡해요."

    [유해연 /폐업 마트 사장]
    "우리 전부 다 여기는 동네 고객이잖아요. 정말 가족처럼 아끼고 했는데. (숟가락 몇 개인지 다 알고.) 네. 아꼈는데. 막상 떠나려고 하니까. 마음으로는 아프지만. 속으로는 울지만 그만뒀죠. 연세 드신 분들 할머니. 많은 얘기를 하세요. (이제 장 보러) 어딜 가나."

    [유해연 /폐업 마트 사장]
    "(코로나부터는 손님이 확실히 많이 줄었습니까?) 많이 줄었죠. 오죽하면 그만뒀겠습니까. (코로나 끝나면 다시 나아지겠죠?)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제 슈퍼는.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 같습니다. 지금은. 없어지면 없어졌지."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바람을 타고, 대형 플랫폼 마트들은 소리 없이 우리 생활 속 깊이 침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고속 배달’의 편리함 뒤로, 동네 상점들은 하나 둘 폐업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었습니다.

    ‘위드 코로나’ 논의가 시작되는 요즘, 이들이 영영 사라지고 나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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