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소방차는 매일 두 번 시동을 켜고 공회전을 시켜서 장비를 점검해야 합니다.
이때 나오는 배기가스가 1군 발암 물질인데 이 가스 때문에 어느 소방 안전 센터에서는 소방관 5명이 암에 걸려서 세 명이 숨졌습니다.
이후 모든 소방서에 배기가스 배출 장치를 설치하도록 규정을 바꾸었는데 아직 없는 곳이 많습니다.
물론, 예산 때문입니다.
김건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119 구조센터.
소방관들이 소방차에 시동을 겁니다.
규정상 매일 2번, 한 번에 한 시간씩 시동을 켜 놓은 채 사이렌을 비롯한 장비를 점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좁은 차고 안에서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소방관들은 공회전을 하면서 나오는 가스를 그대로 들이마실 수밖에 없습니다.
[최승배 / 소방위]
"매일 마시다 보니까 목도 칼칼하고. 끝날 때도 저희가 다 차고 문 열고 환기시설 해놓고 가는데도 (머리가) 띵한 것도…"
차고에 환기를 위한 창문조차 없었던 부산의 망미 119안전센터.
여기서 근무했던 김영환 소방령은 2019년 폐암 판정을 받고 석 달 만에 숨졌습니다.
이 센터에서만 소방관 5명이 암에 걸렸고, 이 가운데 3명이 사망했습니다.
소방관들은 소방차 배기가스를 주된 암 발병 원인으로 지목했고, 법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습니다.
디젤 배기가스는 국제 암연구소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
실제 국립소방연구원 실험 결과에서도 소방서 차고에서 발암물질인 총휘발성 유기화합물(TVOC)이 기준치보다 최대 9배 넘게 검출됐는데, 이 물질은 피부 접촉과 호흡기 흡입만으로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결책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서울 서대문 소방서.
공회전 중인 소방차 배기구마다 배관이 연결돼 있습니다.
배기가스를 외부로 빼내는 장치를 따로 설치한 건데, 공기 중 배출량이 많게는 90& 넘게 줄었습니다.
"소방차에서 나온 매연은 이 관을 타고 올라오는데요, 이 필터를 통해 유해물질을 정화한 후에 배출됩니다."
[박재우 / 소방교]
"<매연 냄새가 전혀 안 나는 것 같네요?> 예, 일단 작동하면서 매연을 흡입하면 근처에서도 냄새가 거의 안 나더라고요."
재작년부터 모든 소방서 차고엔 이 배출 장치를 설치하도록 규정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전국 소방서 1천1백여 곳 가운데 실제 설치된 곳은 38%에 불과합니다.
소방차 1대당 1천3백만 원인데, 예산이 없다는 겁니다.
[한병도 의원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배기가스 배출설비 설치 확대를 중점사업으로 설정하고 필요한 예산을 적극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5년부터 5년간 암에 걸린 소방관은 142명입니다.
MBC뉴스 김건휘입니다.
영상취재 : 고헌주 / 영상편집 :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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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건휘
소방차 매연에 소방관 쓰러지는데‥차고 배출장치는 아직도
소방차 매연에 소방관 쓰러지는데‥차고 배출장치는 아직도
입력
2021-10-01 20:11
|
수정 2021-10-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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