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서현

'퇴계 이황' 위패 불태운 후손들‥"유림 갈등 끝내려고"

입력 | 2021-10-01 20:34   수정 | 2021-10-0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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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퇴계 이황 선생의 후손들이 퇴계의 위패를 불태우는 유교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4백 년 동안 이어진 유림 간의 갈등을 종식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무슨 사연인지 김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퇴계 이황의 위패를 모셔놓은 경북 안동시 도산면의 호계서원.

퇴계 선생의 후손들이 사당에서 선생의 위패를 꺼내 불태워 땅에 묻는 ′소송(燒送)′ 의식을 진행합니다.

후손이 선조의 위패를 직접 불태워 없애는 건 유교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

퇴계 종가는 4백 년 동안 이어진 유림 간의 갈등을 종식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이동수 안동문화원장/퇴계 선생 15대손]
″서원에 위패를 모셔놓고 서로 갈등이 조장되면 오히려 안 모시는 것만 못하다‥우리 후손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모아서 다시 이런 논란이 없도록 하기 위해 (위패를 철폐했습니다.)″

퇴계 선생의 위패 아래, 후학인 서애 류성룡과 학봉 김성일 선생 중 누구를 상석에 모실지에 대한 논쟁이 시작된 건 4백 년 전인 1620년입니다.

지난 2019년 복원된 호계서원에 퇴계의 위패가 다시 모셔지면서 해묵은 논쟁은 정리됐지만 또 다른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도산서원과 예안향교에 이어 호계서원에서까지 퇴계를 모시는 건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 겁니다.

[박천민/안동 예안향교 전교]
″퇴계 선생 위상을 많이 실추시키는 처사라고 생각해서 (다시 모시는 것을) 반대했던 겁니다.″

이곳 호계서원은 퇴계, 서애, 학봉, 대산 선생의 위패를 모셨는데, 지금은 퇴계 선생의 위패가 빠져 있고, 세 위패만 남아있습니다.

유림들이 오래된 갈등을 끝내고, 지자체 예산으로 건립된 서원도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