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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저녁 피크타임에 배달 주문 뚝"‥'거리 제한'이 뭐길래?

[집중취재M] "저녁 피크타임에 배달 주문 뚝"‥'거리 제한'이 뭐길래?
입력 2021-10-05 20:11 | 수정 2021-10-0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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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음식 배달 앱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식당 주인들이 또 다른 횡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주문이 가장 몰리는 시간에 배달 앱 측이 '거리 제한'을 이유로 식당의 주문을 막아버리면서 매출은 매출대로 줄고 재료까지 버려야 하는 겁니다.

    배달이 한꺼번에 몰리면 배달 기사가 모자라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어찌 된 게 그 시간에 기사들도 배달 전화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체, 이 이상한 시스템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김세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관악구의 한 김밥전문점.

    보통 30여 건씩 주문이 폭주하는 저녁 시간입니다.

    '배달의 민족, 주문!'

    그런데 오후 6시 20분을 넘기자 갑자기 주문이 뚝 끊깁니다.

    단말기의 주문창을 들여다봐도 들어오는 게 없습니다.

    [A 김밥집 주인]
    "안 들어오고 있잖아, 아예. 이제 저희는 여기까지 끝난 거예요. 그냥 6시 20분부터 여기서 그냥 손 놓고 그냥 있어야 돼요."

    이상하다 싶어 배달앱으로 김밥 주문을 한번 시도해봅니다.

    그런데, 앱에선 이 김밥집이 '준비중'이라고 표시됩니다.

    공교롭게도 배달 거리가 길어질수록 주문 가능한 지역도 크게 줄어드는 겁니다.

    [A 김밥집 주인]
    "'배민원'(단건 배달)하는 데는 다 '준비 중'이에요. 싹 다 이 동네에 있는 사람들. 여기도 '준비 중' 걸려 있잖아. 손님 입장에서 여기는 가게 문 안 연 거예요."

    주문이 몰리는 저녁 한두 시간을 놓치면 그날 장사는 끝입니다.

    [A 김밥집 주인]
    "다 저녁 먹을 시간이 딱 8시 반까지란 말이에요. 피크(주문 집중) 시간은 그냥 다 날아가는 거예요."

    1킬로미터 떨어진 또 다른 김밥 가게.

    이곳 주인 역시 단말기의 주문창만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B 김밥집 주인 ]
    "(손님이라면) 저부터도 이제 짜증이 나겠죠. 사실 계속 ('준비 중'이라고) 걸려 있으니까. 아, 이 집 왜 이래 이런 생각,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최근 이런 날이 잦다 보니 단골들마저 줄고 있습니다.

    [B 김밥집 주인]
    "저기 3km 이상 되는 데도 꽤 많을 거란 말이에요. 그러면 그 사람들은 다 못 시켜 먹는 거지. 그리고 이제 딴 데(가게)로 갈아타는 거죠."

    저녁 때 주문 대부분이 몰리는 해물탕집도 사정은 마찬가지.

    '준비중'이라는 메시지를 보고 '가게 문을 닫았냐'는 손님들의 문의가 쏟아집니다.

    [해물탕집 주인]
    "오늘도 전화 3통을 받았어요. '사장님, 영업 안 하세요?' 5시부터 8시, 8시 반까지 이렇게 저희가 보고 있는데요. 거의 막혀 있습니다."

    '준비중' 메시지가 사라진 시각은 저녁 주문이 거의 끝난 7시 50분쯤.

    영업을 종료하는 밤 9시, 반 이상 남은 재료를 그냥 버립니다.

    가격 폭등으로 어렵게 구한 계란마저 버리려니 속이 상합니다.

    [A 김밥집 주인]
    "<계란 같은 경우는 지금 구하기도 힘들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만든 거를 버려야 되니까…"

    버린 재료값만 40여만 원어치, 요즘 하루 매출은 20~30만 원이나 줄었습니다.

    업주들은 지난 6월 이후 이런 문제가 더 심해졌다고 말합니다.

    배달의 민족'에서, '음식을 단 한 그릇만 시켜도 빠르게 배달해준다'며 이른바 '단건배달'을 도입한 시기입니다.

    [A 김밥집 주인]
    "광고는 맨날 나잖아요. 한 건 빠른 배달. 그래서 저희는 더 배달이 잘 될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손님이 빨리 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실제는 기대와 달랐습니다.

    취재진이 9월 한 달, A 김밥집에 걸린 주문 제한 횟수와 시간을 조사해봤더니, 평균 2시간여씩 20차례, 영업일 기준 50% 넘게 주문을 제한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민 콜센터]
    "저희 (주문 제한 풀리는) 시간은 따로 안내드리긴 어렵고요. 연락은 조금 어려울 것 같아서요, 업주님."

    '배달의 민족' 측은 주문이 폭주하면서 배달기사가 부족해 벌어진 현상이라고 해명합니다.

    [배민 콜센터]
    "라이더 수급 문제예요. <라이더 수급 문제를 왜 업주한테 전가하느냐고요?> 현재로선 개선될 수 있도록 따로 조치는 취할 수 없습니다."

    배달 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며 주문 자체를 막는 배달앱 업체들...

    그런데, 그 시각 정말 배달기사들이 크게 부족한 걸까요?

    '주문 제한'이 걸려 있는 저녁 시각, 주변에 대기 중인 배달기사 2명에게 직접 연락해봤습니다.

    [배달기사 A]
    "거리제한 한다는 건 라이더가 없고 콜이 많다는 건데 근데 콜도 없어요.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배달기사 B]
    "네네. (주문을) 아예 안 줘요. 아무런 콜이 안 들어와요."

    주문 물량을 받지 못하고 대기만 하는 기사들도 많습니다.

    [배달기사 C]
    "<기사 배정이 안 되고 있는데.> 나는 멍때리고 있는데 10분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안 주냐고…"

    배달기사들은 배달앱 업체가 거리에 따라 주문을 인위적으로 막는 건 비용을 줄이려는 의도라고 의심합니다.

    먼 거리 배달이 늘어나면 그만큼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배달기사 B]
    "솔직히 멀리서 가면은 배달비를 많이 줘야 돼요. 거의 가게에서 수수료 받는 거, 손님한테 배달팁 받는 걸로 커버가 안 돼요."

    특히 단건 주문까지 다 배달해주면서 이 비용이 급증했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김은정 간사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불완전한 단건 배달 서비스를 충분히 알리지 않은 채 시행하여 점주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소비자 선택권도 침해했지만 약관상 배달앱 책임은 없는 사실상 불공정 계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배민 측은 라이더를 추가 확보해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음식점 피해 등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김세진입니다.

    영상취재: 독고명 김재현 김경락 / 영상편집: 김재환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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