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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로그] "오기만 기다려요"‥의료 공백 메우는 '병원선'

[앵커로그] "오기만 기다려요"‥의료 공백 메우는 '병원선'
입력 2021-10-09 20:23 | 수정 2021-10-0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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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조명 뒤의 사람들을 조명하는 앵커로그입니다.

    오늘은 특별한 배를 타러 충남 보령의 대천항에 왔는데요.

    오늘의 주인공들이 바로 저 배에 있다고 합니다.

    [병원선] 병원이 없는 섬지역 주민 진료.

    전국 5개 지역에서 운항 중.

    지역에 따라 코로나19 백신 수송 업무도.

    배 갑판에서 이렇게 안으로 들어가면요.

    바로 대기실이 나오고 안에 약국도 있고 또 방사선실도 있고 진료실들이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다 있어서 마치 종합병원처럼 돼있습니다.

    30분을 운항해 도착한 섬, 효자도

    지금 도착을 했는데요.

    작은 섬에는 이런 큰 병원선을 댈 수가 없기 때문에 보트를 이용해서 환자들을 태우고 온다고 합니다.

    벌써 많은 분들이 나와서 병원선을 기다리고 있는 게 보입니다.

    병원선 사람을 보자마자 손을 꼭 잡는 할머니.

    "되게 반가우신가 봐요. 병원선이 얼마 만에 한 번 씩 이렇게 와요?"

    "한 달에 한 번씩"

    "도움이 되세요?"

    "아이고 섬 주민들은 병원선 오기만을 기다려요."

    [이종국/효자도 주민]
    "병원선은 가족 다 의사 간호사분들이 가족적인 분위기니까 내 아픈 부분을 다 대화할 수 있고"

    [조준기/충남 병원선 내과 의사]
    "일부러 (환자들을) 천천히 보고 있습니다. 환자 분이 오히려 가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긴 한데, 잡아 놔가지고."

    병원선에는 약사가 없어서 의료진이 직접 약 제조.

    의료취약대상이라 치료비와 약값 무료.

    "누구누구 약이에요?"

    [김옥태 / 효자동 주민]
    "저희 애기 아빠거구요. 이건 저희 시숙님 거고요. 이건, 저희 작은 시누이 거고. 이건 큰 시누님 거고. 이건 제 거고. 다 오시긴 했는데 제가 대신 받는 거예요."

    이때! 긴급 상황 발생!

    [조준기 / 충남 병원선 내과 의사]
    "지금 계속 누워 계시는 분이시거든요. 허리 수술 받고 계속 누워계시는데 갑자기 숨이 차시고 숨이 좀 차시고 답답해 하셔가지고"

    "여기가 막 터져나가는 것 같고 그래요."

    "아 터져나가는 거 같아요?"

    [조준기 / 충남 병원선 내과 의사]
    "이런 데 큰 혈관에 막힐 수도 있거든요. 좀 위험하긴 해서 병원 가보셔야 될 것 같아요."

    [김옥선 / 충남 병원선 운영팀장]
    "아들 연락처를 주실래요?"

    [조준기 / 충남 병원선 내과 의사]
    "보호자가 필요한데, 부모님은 직접 말씀하시기 곤란한 상황이고 해서 아들분께 직접 말씀드리고 안내를 해드려야 될 거 같아요."

    쉽지 않은 병원선 근무를 자원한 의료진

    [진현준 / 충남 병원선 치과 의사]
    "섬주민분들은 제가 생각하기에 육상으로 가는 것도 힘들고 거기 의료시설도 잘 없다보니까 저금 더 저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 때문에"

    병원선의 묘미는 출렁이는 배 위에서 하는 특별한 진료.

    일반 병원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요.

    보면 물건들을 다 이렇게 묶어 놨습니다.

    벽이나 바닥에 다 고정시켜놨거든요.

    [진현준 / 충남 병원선 치과 의사]
    "배가 흔들리다 보니까 (환자의) 잇몸이 다칠 수도 있고 이빨이 깨질 수도 있는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가 있어서 항상 긴장되고..."

    "선생님은 멀미 안하셨어요?"

    [김효준 / 충남 병원선 한의사]
    "저는 배에서 자면 되게 흔들리잖아요. 그럼 더 잘자요. 이게 막 요람처럼 흔들어주는 느낌 있어서..."

    "병원선 체질이시네요. 혹시 평생 병원선에 계실 생각은..."

    [김효준 / 충남 병원선 한의사]
    "아, 그건 좀 어렵죠. 하하하..."

    먼 거리의 섬들은 병원선에서 숙식하며 출장 진료를 가기도.

    [조준기 / 충남 병원선 내과 의사]
    "한 달에 1주 정도는 3박 4일 장기 항해를 하거든요. 그게 생각보다는 좀 힘든 것 같아서."

    "어떤 점이 힘들까요 길게 할 때."

    [조준기 / 충남 병원선 내과 의사]
    "육지를 좀 밟고 싶은 느낌? 편의점 가고 싶고 그런 것 때문에."

    "육지를 밟고 싶은 주된 이유는 편의점을 가고 싶은..."

    코로나 사태 이후 섬 주민에게 더욱 절실해진 병원선.

    [이종국 / 효자도 주민]
    "병원에 가면 거리 유지도 안 되고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니까 아주 신경이 쓰이잖아요. 그런데 병원선 오면 그런 게 없잖아요."

    "코로나 걱정이 덜하시다는 거죠?"

    [이종국 / 효자도 주민]
    "그럼요."

    관내 31개 섬 주민 3800여 명 중 코로나 확진자 0명.

    [김옥선 / 충남 병원선 운영팀장]
    "다른 지역 분들은 확진자가 많은데 이 지역에 확진자가 한 명도 없는 거예요. 섬 지역에. 그래서 고맙기도 하고."

    병원선 사람들과 주민들은 이제 서로에게 가족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정희정 / 충남 병원선 간호사]
    "저번달까지만 해도 우스갯소리도 하고 하면서 진료를 해드렸거든요. 그런데 다음 달에 또 진료를 하러 갔는데 돌아가셨다는 거예요. 마음이 너무 허전하고. 믿기지가 않더라고요."

    전국의 병원선은 모두 5척.

    사람이 살고 있는 섬 열 곳 중 네 곳은 여전히 의료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효준 / 충남 병원선 한의사]
    "한 달에 한 번만 보다 보니까 이렇게 하면 좀 더 나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치료의 연속성이 없는 게 조금 아쉽죠.”

    "선생님은 10년 가까이 되셨는데 언제까지 하실 계획이세요?"

    [정희정 / 충남 병원선 간호사]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하고 싶네요."

    코로나 시대, 단절과 고립을 넘어 병원선은 오늘도 바다로 나갑니다.

    앵커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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