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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피해 이사까지 했는데‥ 버젓이 공개된 집 주소

전 남편 피해 이사까지 했는데‥ 버젓이 공개된 집 주소
입력 2021-10-11 20:26 | 수정 2021-10-1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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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혼한 전 남편이 폭력 성향에다 아이들을 성추행까지 해서 엄마가 주소를 감추고 이사를 갔는데 그 전 남편이"어디 사는지 다 안다"면서 "찾아 오겠다"고 하면 어떨까요?

    접근 금지, 조치를 하면서 오히려 "거기는 절대 가지 말라"고 주소를 통보해 준 건데요.

    이 공포스러운, 접근, 금지의 실태를 조재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2년 전 이혼한 정 모 씨는 전 남편과 함께 살던 초등학생 아들딸을 넉달 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경찰이 남매를 성추행한 혐의로 전 남편을 조사하고 있다고 알려줬기 때문입니다.

    [정 모씨(가명)]
    "(사건) 접수가 다 되어 있는 상황에서 저한테 전화가 온 거예요. 그날 바로 데리고 왔어요."

    결혼 생활 동안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데다, 사냥용 총기까지 가진 전 남편.

    [정 씨]
    "언제 어느 때 화가 나거나 그러면‥ (집에서 총을) 실제로 쐈어요. '실험을 해봤다, 잘 되는지 안 되는지'‥"

    이혼 뒤 집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집이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던 정 씨.

    그런데, 옛 시어머니가 2주 뒤 전화를 걸어 집의 정확한 주소를 대며 "우리 손주들이 거기 있냐"고 물었고, 전 남편은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접근금지 끝나는 날 아빠가 데리러 가겠다"며 자녀에게 협박성 문자도 보냈습니다.

    집주소가 전 남편에게 노출된 겁니다.

    [정 씨]
    "제 주소를 다 알고 말을 하니까 너무 당황스러워서‥"

    도대체 주소가 어떻게 새 나간 걸까.

    알고보니, 경찰이 전 남편의 성추행 혐의를 고려해 남매를 못 만나도록 정 씨도 모르는 사이 접근금지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여 남편에게 결정문을 보냈는데, "이 장소에는 접근하지 말라"며 전처의 새 주소를 버젓이 적어놨던 겁니다.

    [정 씨]
    "정말 소름끼치고 정말 또 무서웠어요. 모든 일상생활이 다 망가져서 지금‥"

    현행법은 주소가 알려져 있다는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사를 간 경우에는 '접근금지명령'이 오히려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는 허점이 있었습니다.

    [경찰 관계자]
    "(접근금지) 신청을 할 당시에는 (장소) 적시를 안 하고‥ 그게 좀 안타깝긴 안타까운데, 경찰이 이렇게 하더라도 법원에서 (안 되면) 말짱 헛거거든요."

    실제로, 지난해엔 접근금지명령 결정문에서 별거 중인 아내의 주소를 알게 된 50대 남편이, 아내를 찾아가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러 아내가 중화상을 입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런 허점을 메꾸려, '주소'가 아닌 '사람'을 기준으로도 접근금지 조치를 할 수 있게 법이 개정돼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선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 김다슬 정책팀장]
    "경찰이나 지원기관에서도 개정 내용을 모르는 경우도 많고, 세부 절차도 사실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최근 5년간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때문에 내려진 접근금지 명령은 무려 1만5천여건.

    하지만 제대로 이 명령이 지켜지는지는 누구도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 씨]
    "이건 정말 가해자를 위한 법이지, 피해자를 위한 법이 아니구나. 그래서 계속 숨어야 되는 현실이구나 싶은 거예요."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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