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고 김용균 씨가 숨진 지 이제 3년이 되어가고 있는데, 여전히 발전소 노동자들, 특히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안전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원청 업체가 위험한 작업을 하청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시하고 사적인 용무까지 요구하는 등 갑질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조명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부산에 있는 한국남부발전 하청업체 노동자인 A 씨는 두 달 전, 배관 밸브가 손상됐다며 남부발전 측으로부터 점검을 지시받았습니다.
단순 점검으로 알고 방독면도 없이 밸브를 열었는데, 염산가스가 분출됐습니다.
당초 원청 직원들이 밸브를 염산으로 세척하던 중이라 내부에 염산가스가 가득 차 있었던 겁니다.
[A 씨 부인]
"호흡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라고요. 라인에 염산 플러싱(세척) 작업을 했다라고 얘기를 하더래요."
원청이 하청업체에 이 같은 작업을 지시하려면 사전에 '작업요청서와 허가서'를 발행해야 하지만 남부발전은 이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A 씨 부인]
"'그까짓게 뭐라고, 그냥 하면 되지' 이렇게 얘기를 했다라고 하더라고요. 이게 일상적이었나 봐요."
그런데 남부발전은 초기 보고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허가 및 작업지시 없이 단독 작업을 했다'며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국정감사가 착수된 뒤에야 남부발전은 '점검 지시'가 있었고, '작업요청서'를 뒤늦게 발행한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비슷한 갈등은 지난 5월에도 있었습니다.
배관 내부에 바닷물이 차 있는 상황에서 남부발전 측이 밸브 교체를 지시하자 안전을 우려한 하청 노동자들과 충돌한 겁니다.
[한국남부발전 감독]
"공기(공사기간)가 바빠 죽겠는데 무슨 소리하노 지금. 밸브 오늘 중으로 취외(제거)해야 돼."
[하청 노동자]
"(펌프 용량이 적어서) 오늘 못 뺀다니까요."
[한국남부발전 감독]
"빼시라고."
두 사건에 모두 관여됐던 하청 노동자 A 씨는 원청의 부당한 지시가 일상적이라며 항의하다 발전소 옥상에서 투신해 중상을 입었습니다.
또 다른 중간관리자는 지난 7월, 하청업체 직원에게 '퇴근길에 고위 간부의 사택에 들러 에어컨을 점검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에어컨이 안 되니 점검라라"는 요구였는데, 이 직원은 실제로 간부의 사택을 방문해야 했습니다.
[이성만/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위원]
"(하청 노동자는) 신분적으로 사실 불리한 입장이거든요. 무리하게 또 노동을 요구한다든지, 또는 어떤 민원사항에 대해서도 전혀 반응해주지 않는 그런 갑질의 행태들이 다 뭉쳐져 있습니다."
이 같은 '갑질' 논란에 대해 한국남부발전은 조사반을 꾸렸다며, 엄정히 처리하고 재발방지 대책도 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간부의 에어컨 점검은 발전설비와 무관한 만큼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MBC 뉴스 조명아입니다.
영상취재: 독고명 VJ / 영상편집: 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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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조명아
[단독] 김용균 사망 3년 지났는데‥발전소 '원청 갑질' 여전
[단독] 김용균 사망 3년 지났는데‥발전소 '원청 갑질' 여전
입력
2021-10-12 20:03
|
수정 2021-10-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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