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삼성 화재가 보험 설계사들한테 삼성 전자의 재고 태블릿 PC를 2만 8천 대나 떠넘긴 의혹을 어제 보도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삼성 화재가 이 태블릿 PC를 사들인 과정을 보면 삼성 전자와 직접 거래한 게 아니라 중간에 회사 하나가 끼어 있습니다.
이 회사를 취재해 보았더니 수상한 게 많았습니다.
차주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2017년 2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삼성전자가 갤럭시북12라는 새로운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한국 출고가는 169만 원.
태블릿 치고는 비싸고, 노트북 치고는 좀 작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
"막 많이 팔리거나 이러진 않았다. 수리 서비스하시는 분들에게도 물어봤는데, 이 제품에 대한 정보 자체를 잘 모르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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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인 2018년 삼성화재는 삼성SDS에게 맡겨 보험설계사 전용 영업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합니다.
20억 원을 들인 이 프로그램은, 다른 태블릿 기종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딱 한 기종, 갤럭시북12에서만 작동했습니다.
삼성화재는 267억 원을 주고, 갤럭시북 2만 8천 대를 사들여 보험설계사들에게 넘겼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014년 1만 5천 대, 2016년에도 5천 대의 갤럭시탭을 이런 식으로 보험설계사들에게 넘겼습니다.
[류창석 / 삼성화재 보험설계사]
"할부 요금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새 거를 또 써야 되는 상황이다 보니까 2개를 같이 쓸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리고 요금을 2개 다 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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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가 같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재고품을 털어준 건 아닐까?
공정거래법은 이런 일을 막기 위해, 계열사들끼리 50억 원 이상 내부 거래를 할 때는 반드시 양쪽 모두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공시하도록 정해놨습니다.
하지만 삼성화재도, 삼성전자도 이사회 의결과 공시는 없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삼성화재와 삼성전자의 직접 거래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거래에는 이동통신사 말고도, 한 유통회사가 중간에 끼어있습니다.
기업 간 구매를 대행하는 아이마켓코리아라는 회사입니다.
아이마켓코리아.
원래는 삼성그룹 계열사였습니다.
삼성그룹 내부 거래를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중소기업 업종까지 삼성이 독식한다는 비판이 일자, 2011년 지분을 인터파크에 매각했습니다.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삼성그룹과는 특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여전히 인터파크에 이어 아이마켓코리아의 지분 8.1%를 가진 2대 주주입니다.
12명의 이사 가운데 5명은 삼성 출신입니다.
특히 이 가운데 김모 이사는, 현직 삼성전자 자금총괄 전무입니다.
[아이마켓코리아 관계자]
"삼성이 아이마켓코리아를 매각할 때 주주 간 계약을 맺었는데 계약서 조항에 따른 임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계열 분리된 뒤에도 아이마켓코리아는 5년 동안 삼성그룹 물량 9조 9천억 원어치 거래를 보장받았습니다.
지금도 거래의 80%를 삼성그룹 계열사들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김남근 / 변호사]
"삼성화재와 삼성전자 사이에 직접 물품 거래를 했다 그러면 그 내부거래, 계열사 간 내부거래 혐의가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서 불필요하게 유통회사를 하나 끼워 넣어서 거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마켓코리아가 구매를 대행한 삼성 계열사 물량은 올해에만 1조 8천억 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삼성화재가 사들인 갤럭시북 267억 원어치는 이런 내부 거래 가운데 극히 일부였다는 뜻입니다.
삼성화재는 아이마켓코리아를 구매 대행업체로 선정한 것은 자기들이 아니라 이동통신사였고, 부당한 내부 거래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편집 :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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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차주혁
[단독] 삼성화재 '갤럭시북'‥내부거래에 낀 회사의 정체는?
[단독] 삼성화재 '갤럭시북'‥내부거래에 낀 회사의 정체는?
입력
2021-10-14 20:21
|
수정 2021-10-1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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