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집이 없는 고령의 국가 유공자를 위해 한국 보훈 복지 공단이 운영하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정부가 입주민의 전기, 수도, 난방비를 지원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입주민한테 이 공과금을 따로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누가 챙겼는지 모르게 사라진 돈이 수십억 원이라고 하는데요.
임상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973년 베트남에 파병됐던 70대 김 모 씨.
고엽제 후유증으로 당뇨 같은 지병이 있는 김 씨는, 6년 전 보훈복지타운에 입주했습니다.
이곳은 국가유공자에게 저렴한 식사와 돌봄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입주 당시 '전기와 수도, 난방비만 내면 된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김 모 씨 / 보훈복지타운 입주민]
"원룸 (공과금은) 8만 원, 투룸은 14만 원에서 15만 원… 들어와서 보니깐 봄이나 여름이나 (난방비는) 똑같이 받았어."
이곳 보훈복지타운 아파트는 국가유공자와 가족 등 약 450세대가 살 수 있도록 지난 1996년 지어졌습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매년 복권기금 20억 원을 운영비를 지원받습니다.
그런데 작년 기금 사용계획서를 보니 인건비로 12억 3천만 원, 급식비 등 각종 운영비 2억 6천여만 원 여기에 '전기수도와 연료유지비' 4억 9천여만 원이 눈에 띕니다.
결국 전기수도와 난방비를 지원받고도, 국가유공자들에게 이 비용을 중복으로 내게 한 겁니다.
아파트 측은 복권기금으로는 식당과 목욕탕, 경로당 등 공동시설 공과금을 냈다고 해명했습니다.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
"여기 공용부분이라든가 전기세, 물세는 이분들은 하나도 안 내요. 세대에서 쓰는 것만 내는 거예요. (복권기금으로는) 모자르죠. 부족해요."
하지만, 지난해 공용시설 공과금은 다 합쳐도 1억 6백만 원에 불과합니다.
5억 원 중 4억 원 가까이가 사라진 겁니다.
[공익 제보자]
"복권기금 담당자가 문제점을 법률 검토까지 해서 보고를 했는데, 그게 묵살 당하고… 상급자한테… 담당자가 스트레를 많이 받았나 봐요."
입주민들을 이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지난해 4억 4천만 원, 최근 8년간 31억여 원을 공과금으로 내 왔습니다.
[이정문 의원 / 국회 정무위원회]
(매년) 약 4억 원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도 지금 알 수 없는 상황인데요.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 보훈공단 전체 운영 실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보훈복지의료공단은 "횡령은 없었다"면서, "다른 명목으로 지출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관계자]
"원칙은 다른 운영비나 이런 내용들로 더 정산을 했어야 되는데… (다른 부분에 썼다는 거예요?) 네, 어떻게 보면 관리비를 더 많이 정산한 거죠."
기금을 편성한 기획재정부와 상급단체인 국가보훈처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가운데, 감사원과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영상취재 : 노성은, 김우람, 강종수 / 영상편집 : 김정은 / 자료제공 : 이정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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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임상재
나라가 지원해준 전기·수도·난방비‥매년 4억 원 어디로?
나라가 지원해준 전기·수도·난방비‥매년 4억 원 어디로?
입력
2021-10-15 19:41
|
수정 2021-10-1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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