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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개비 제거 시킨 선주‥"본인도 잠수 전문 지식 없어"

따개비 제거 시킨 선주‥"본인도 잠수 전문 지식 없어"
입력 2021-10-18 20:13 | 수정 2021-10-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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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전남 여수의 요트 정박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숨진 열아홉살 홍정운 군.

    요트의 선주가 홍 군에게 잠수를 해 따개비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정부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몸에 맞지도 않는 장비를 빌려다 줬던 선주는 장비 점검을 하지 않은 건 물론이고, 본인도 잠수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김수근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6일 오전 10시 50분쯤.

    해경 구조선박 한 척이 항구로 다가옵니다.

    구조대원들이 다급하게 정박해 있는 한 배로 뛰어 갑니다.

    여수해양과학고 3학년 홍정운 군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된 지 이미 10분 정도 지난 상황이었습니다.

    홍 군은 이 배 아래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는 잠수 작업에 투입됐다가 바다에 빠져 숨졌습니다.

    사고 당일 선주는 홍 군에게 빌려온 잠수 장비를 줬는데 몸에 맞지도 않았고, 사용법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홍성기/故 홍정운 군 아버지]
    "285(밀리미터)를 신고 있습니다, 신발을. 근데 오리발을 빌려온 게 성인 한 뼘밖에 안 되는 걸 가져왔어요. 잠수복도 굉장히 작은 걸. 그날 (잠수가) 처음이기 때문에 웨이트(납 벨트) 먼저 안 풀고…"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 선주는 잠수 자격이나 면허가 없는 홍 군에게 잠수 작업을 하라고 시켰습니다.

    잠수용 기구들을 점검 하지 않은 것은 물론, 2인 1조 작업이나 감시인 배치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선주 본인도 잠수 작업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고용노동부 여수지청 관계자]
    "공기통·수중 시계·압력계 이런 걸 지참하도록 해야 되죠. 사장이 잠수 관련된 전문 지식이 없으니까 그런 걸(어떤 게 필요한지) 모르죠."

    사고 나흘 뒤에도 문제의 요트에 손님을 태우고 영업했던 선주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고 선주]
    (물에 들어가라는 지시 따로 하신 적 없으세요? 미안하지 않으세요?)
    "다음에 말씀드릴게요. 제가 지금은 유족들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어요."

    "현장실습생 죽이지 말라"

    숨진 홍 군의 가족과 친구들은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호영/故 홍정운 군 친구]
    "안 믿겼어요, 그냥. 남한테 피해를 주지 못하는 그런 아이였어요. 곤란한 일 있으면 도와준다 하고…"

    [홍성기/故 홍정운 군 아버지]
    "다음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저런 분들은 엄중하게 처벌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고는 학생인 현장 실습생에게도 일반 노동자들과 똑같이 안전규정을 적용하도록 법이 바뀐 이후 발생한 첫 사망사고입니다.

    고용노동부는 12건의 법 위반 사실을 적발해 법인과 선주를 입건했고, 해경도 선주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수근입니다.

    영상취재: 나경운, 이주혁 / 영상편집: 나지연 / 영상제공: 국회 교육위원회 이탄희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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