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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스 풀고 안 다친 척 해달라"‥현장실습생은 '싼 일꾼'

"깁스 풀고 안 다친 척 해달라"‥현장실습생은 '싼 일꾼'
입력 2021-10-18 20:15 | 수정 2021-10-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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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숨진 홍정운 군처럼 특성화고를 다니면서 현장실습을 하다가 다치거나 위험한 상황을 겪는 학생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학생들을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이유로, 온갖 허드렛일과 부당하고 위험한 일들을 감당해 내야 하는데요.

    홍의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7년, 생수 상자를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하다 숨진 특성화고 3학년생 이민호 군.

    안전장치도, 감독자도 없었습니다.

    [이상영/故 이민호 군 아버지(2019년 8월)]
    "완전히 능수능란한 기술자가 아니면 다닐 수가 없는 그런 것을 학생한테 맡겨놓은 거죠."

    이 사고 이후 교육부는 취업이 아닌 학습 위주로 간다며 '근로계약서'를 없앴고, 교육청이 인증한 안전한 기업에서만 실습할 수 있게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준은 다음해 완화됩니다.

    실습할 수 있는 곳이 준다는 이유였습니다.

    지난해 광주의 한 자동차 정비공장에 실습을 갔던 특성화고 고3 학생은 철제부품에 맞아 팔을 다쳤습니다.

    그런데 비하 섞인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습니다.

    [현장실습생 A]
    "'그러니까 네가 그런 학교(특성화고) 나오지', '팔 다친 XX'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심지어 치료비도 못받았는데 공장 측은 한술 더 떴습니다.

    [현장실습생 A]
    "회사 직원분이 본사에서 온다고, 저한테 '깁스랑 풀고 안 다친 척을 좀 하면 안 되겠냐'고…"

    반도체공장에서 일했던 한 실습생은 회사가 자신을 싼 값에 허드렛일을 하는 인력 정도로 취급했다고 합니다.

    [현장실습생 B]
    "현장실습 명목으로 돈을 70%까지 적게 줘도 되는데. 교육을 받는 거라고 해서 왔는데, 정작 하는 건 싼 일꾼이 되어버리는…"

    교육부는 현장 업체들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는 노동자가 아닌 학생이란 이유로,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이상현 노무사/특성화고등학생 권리연합회 이사장]
    "실습생을 노동자로 인정을 해서, 그에 따라서 노동부가 또 적극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고요."

    학생들은 업체와 정부가 안전을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키지 말아야 할 위험한 업무는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성화고 재학생(지난 16일)]
    "왜 우리 같은 실습생이 일하다가 죽어야 해, 도대체 왜 살기 위해 들어간 일터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해?"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영상취재: 허원철, 이주혁 / 영상편집: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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