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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유령 인생'에 온정‥"포기 않고 살아주셔서 감사"

75년 '유령 인생'에 온정‥"포기 않고 살아주셔서 감사"
입력 2021-10-18 20:31 | 수정 2021-10-1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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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오랜 세월 포기하지 않고 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늘과 쌀을 훔치다 적발된 할머니가 알고 보니까 평생을 정확한 이름도,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살아온 무적자 신분이었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보도가 나간 이후에 전국 각지에서 할머니를 응원하는 이런 따뜻한 마음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덕분에 할머니는 주민등록도 회복했고, 이사도 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지현 기자가 할머니를 만나보았습니다.

    ◀ 리포트 ▶

    충북 충주의 한 여인숙 앞.

    남성들이 1톤 화물차에 짐을 싣고 있습니다.

    출생신고도 주민등록도 돼 있지 않은 채 75년을 '무적자'로 살아온 할머니의 이삿짐입니다.

    단출한 살림이지만 할머니 혼자 힘에 부칠까, 지역 단체에서 나섰습니다.

    [김영탁/바르게살기운동 충주시청년회장]
    "도움이 되고자 이삿짐부터 물품, 생필품 필요하실 거 같아서 준비해서 오게 됐습니다."

    할머니는 지난 8월 교회와 농가 등에서 마늘과 쌀 등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경찰 수사 과정에서 어릴 적 가족과 뿔뿔이 흩어진 뒤 주민등록도 없이 60여 년 동안 혼자 외롭게 살아온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후 서울과 광주, 강원도 등 전국 각지에서 할머니에게 전해달라는 온정이 잇따랐습니다.

    비누와 수건 같은 생필품은 물론 두꺼운 겨울옷과 이불까지 정성이 깃든 손 편지와 함께 경찰서에 속속 도착했습니다.

    [정채권/광주광역시 서구]
    "할머니께서 그동안 얼마나 혼자 외롭고 쓸쓸하셨을까…이런 생각이 들어서 아주 작지만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김동빈/서울시 송파구]
    "'혼자가 아니시다' 이런 마음을 좀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서…"

    그사이 할머니는 주민등록 생성을 마쳤고, 긴급복지서비스를 통해 간소한 세간살이까지 갖춘 월세방으로 이사도 갈 수 있게 됐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등 복지서비스와 의료혜택을 받기 위한 절차도 진행 중입니다.

    75년간의 유령 생활을 마치고, 이제서야 사회안전망 속으로 들어온 할머니는 연신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할머니]
    "너무 고맙죠. 사는 동안은 열심히, 정말 열심히 살 거예요. 그래야 그분들한테 보답하는 거고…"

    MBC뉴스 이지현입니다.

    영상취재: 천교화/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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