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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페달 밟다 다치면 끝‥대리운전 뛰는 경륜 선수들

[바로간다] 페달 밟다 다치면 끝‥대리운전 뛰는 경륜 선수들
입력 2021-11-08 20:36 | 수정 2021-11-0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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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이문현 기자입니다.

    최고 속도 시속 70km.

    차만큼 빠른 속도로 7명의 선수가 전력 질주하는 사이클 경기, 경륜.

    맨몸으로 헬멧 하나에 의지한 채 좁은 트랙을 경쟁자들과 뒤섞여 내달리다 보니, 보기만 해도 아찔한 사고들이 속출합니다.

    매년 평균 170건 사고가 나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다치면 선수들에겐 재활과 치료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마지막 바퀴를 알리는 종소리…

    선수들이 속도를 높이면서 아슬아슬하게 거리를 좁힙니다.

    파란색 4번 선수가 3위로 달리던 2번 선수 안쪽을 파고들면서, 두 선수가 슬쩍 부딪히더니…

    "2번 낙차! 2번 낙차! 류재은 낙차!"

    2번 선수가 트랙에 나뒹굽니다.

    경기가 끝나고도 좀처럼 일어서지 못합니다.

    지난 2017년, 두 번의 낙차 사고를 당한 경륜 선수 류재은 씨.

    5달 동안 자전거를 못 타며 수입이 끊겼고, 이후 자연스럽게 '투잡'을 뛰게 됐습니다.

    [류재은/경륜 선수]
    "대리운전도 하고, 공기청정기 필터도 갈고, 지금은 조명 인테리어 쪽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로 달린다는 경륜 경기, 큰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6명의 선수가 낙차를 하면서…"

    하수용 선수도 8년 전 어깨뼈가 부서졌습니다.

    [하수용/경륜 선수]
    "그때 어깨 관절구에 있는 뼈가 조각이 나면서, 골절이랑 인대 부상까지 왔던 상황이었어요."

    주3일, 매년 150일가량 경기가 열렸는데 사고가 약 170건, 경기날마다 최소한 1명 이상 다친 겁니다.

    그래서 자전거 핸들을 놓게 된 경륜선수들이, 가장 쉽게 찾는 일이 대리운전입니다.

    [하수용/경륜 선수]
    "선수인데, 이렇게 다른 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괴감도 많이 들죠."

    국내 경륜선수들은 모두 557명.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과 1년간의 훈련과 검증을 거쳐 계약한 전문선수지만, 고정된 월급이 없습니다.

    경기를 뛰면 출전수당과 상금수당을 받지만, 다쳐서 못 뛰면 수입은 0원입니다.

    법적으로 공단 소속 근로자가 아니다 보니 산업재해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경마선수들은 매달 훈련수당 330만 원, 다칠 경우 생계비로 270만 원을 받지만 경륜 선수들은 사정이 딴판입니다.

    선수들이 "출전수당을 쪼개 기본급여로 달라"고 요구하며 급기야 지난 7월부터 파업에 돌입했지만 공단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강기원/국민체육진흥공단 운영팀장]
    "(선수들과는) 지휘 종속 관계가 아니에요. 선수분들한테, 훈련을 언제하고, 어떻게 하라, 저희가 (지시) 할 수가 없습니다."

    과연 종속 관계가 아닐까?

    선수들은 금토일 경륜 경기를 뛰기 위해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4일 동안 경륜장 내부 숙소에서 합숙합니다.

    CCTV가 설치돼 있는 것은 물론 공단 직원인 사감이 외출과 외박을 통제하고 휴대전화는 압수당합니다.

    합숙하지 않는 기간의 훈련기록도 보고해야 합니다.

    선수들은 모욕적인 언행과 갑질도 수시로 당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역 경륜 선수]
    "(공단 직원이) '그렇게 싸가지 없이 얘기를 하냐' 하더라고요. 대응하고 싶어도, 잘못 보이면 제재를 더 받을 수 있고."

    사행성 스포츠로 눈총받는 경륜.

    하지만 정부가 직접 운영하면서 매년 수익 2백억 원을 전부 다양한 종목의 선수 지원과 지도자 양성, 저소득층과 장애인 체육 지원 등 공익적 목적에 씁니다.

    [경륜 홍보 영상]
    "수익금은 모두 사회로 환원되고 있어요."

    하지만 묵묵히 페달을 밟는 경륜선수들은, 정작 다치면 생계를 위협받습니다.

    [류재은/경륜 선수]
    "대출로 버티다가 몸이 안 만들어진 상태에서도 그냥 시합에 들어갈 수뿐이 없습니다. (낙차를 하게 되면) 가정이 무너지는 거잖아요 한순간에."

    바로간다, 이문현입니다.

    영상취재: 이성재, 나경운, 이준하, 이주혁 / 영상편집: 위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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