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일본엔 '귀 무덤'이라는 게 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조선인들의 귀와 코를 베어 가서 만든 무덤인데, 지금도 그 실체와 규모가 파악되지 않은 채 곳곳에 남아 있다고 합니다.
한 일본 시민단체가 봉분도 없이 방치된 귀 무덤을 찾아서 진혼제를 지냈는데,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가 참석해서 참배하고 사죄했습니다.
고현승 특파원이 일본 오카야마 현지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일본 오카야마현 비젠시.
시골마을 뒷산에 올라가니 작은 묘역이 조성돼있습니다.
조선인 코무덤입니다.
비문에는 조선반도에 출병했을 당시 머리 대신 잘라온 코를 묻었다고 써 있습니다.
[가와사키 코이치로/지역 신사 관계자]
"오봉 명절 때나 희생된 분을 추모하는 날에 (주민들이) 꽃을 올리고 있습니다."
차로 1시간쯤 더 들어가자, 주택가 한복판에 돌멩이를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나무 기둥이 보입니다.
정유재란 때 왜군이 베어 간 조선인 1천여 명의 귀가 묻혀있는 귀무덤입니다.
폐허처럼 방치돼있었는데, 일본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위령비를 세웠습니다.
비문엔 원혼을 달래고 한일 우호 관계를 기원하는 마음을 새겨넣었습니다.
일본인이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자성도 나왔습니다.
[아마키 나오토/전 주레바논 일본 대사]
"(누구든 귀무덤을) 알게 된다면, 당연히 보통 사람이라면 죄송하다고 사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도 진혼제에 참석해 사죄했습니다.
[하토야마 유키오/전 일본 총리]
"가해자 측은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 해도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순순히 사죄하는 마음을 계속 가져야만 합니다."
무참하게 희생된 조선인은 20만여 명.
도요토미가 만든 교토 귀무덤을 비롯해 지금까지 5곳에서 발견됐는데, 한국으로 옮겨온 건 단 1곳뿐입니다.
[김문길/부산외대 명예교수(귀무덤 연구)]
"(교토시청 측은) 문화재로 지정돼있기 때문에 (한국으로) 모셔가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선조가 그러한 슬픔, 아픔을 겪었으니 고국에 반드시 돌아와야 마땅합니다."
4백여 년 전 우리 조상의 한이 서린 이곳이, 오늘 이렇게 꽃을 올린 이들의 바람처럼 한일관계 회복을 향한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오카야마에서 MBC뉴스 고현승입니다.
영상취재: 이장식 김진호(도쿄) / 영상편집: 정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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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고현승
고현승
조선인 코·귀 베어가 만든 '귀무덤'‥日 전 총리 사죄
조선인 코·귀 베어가 만든 '귀무덤'‥日 전 총리 사죄
입력
2021-11-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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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1-11-0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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