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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100kg 넘는 냉장고·세탁기‥1시간 안에 혼자 옮기며 수리

[바로간다] 100kg 넘는 냉장고·세탁기‥1시간 안에 혼자 옮기며 수리
입력 2021-11-10 20:03 | 수정 2021-11-1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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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정혜인 기자입니다.

    집에서 쓰는 이런 가전제품이 고장 나면, AS센터에 연락해 수리기사를 집으로 부릅니다.

    이렇게 남의 집을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을, 방문노동자라고 부르는데요.

    만약 아래 세탁기가 고장 났다면, 위의 건조기를 치워야 수리할 수 있을 텐데, 방문노동자 한 명이 할 수 있을까요?

    수리기사들은 가전제품은 점점 커지고 복잡해지는데도, 근로환경은 그대로인 데다 실적 압박만 거세졌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정인지, 한 방문 수리기사의 하루를 함께 했습니다.

    ◀ 리포트 ▶

    뒷좌석에 전자제품 부품을 가득 실은 소형차.

    아침 9시, 11년차 방문 수리기사 임보균 씨가 첫 집을 향합니다.

    냉장고의 수평을 맞춰 재설치해 달라는 신고.

    100kg가 넘는 냉장고를 혼자 옮기느라 30분 넘게 걸렸습니다.

    이동 시간과 부품 준비까지 포함해 1시간에 1집.

    벌써 하루 일과가 빠듯해졌습니다.

    [임보균/방문노동자]
    "지금 조금 늦게 나오는 바람에 10시 것을 10시 50분 정도에 도착을 할 것 같거든요."

    둘째 집에는 20분 지각, 셋째 집엔 화장실도 참아가며 도착했습니다.

    "세탁기 점검 왔습니다."

    세탁기 거품이 잘 안 난다는 신고. 그런데 작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세탁기는 150kg, 위에 놓인 건조기는 80kg.

    건조기를 다른 곳으로 옮긴 뒤, 세탁기도 밀어야 하는데, 아무리 건장한 임 씨라도 혼자선 무리입니다.

    [임보균/방문노동자]
    "지금 바로 수리는 어렵고, 준비해서 다시 한 번 방문을 드려봐야 할 거 같아요."

    하루 절반이 지났는데, 수리 완료는 첫 집 하나뿐… 회사에서 실적을 묻는 전화가 걸려옵니다.

    [임보균/방문노동자]
    "처리 건이 많이 안 나올 것 같은데 오후에. <갈 데가 없어?> 다 2단 적재 건이에요. 갈만한 사람이 별로 없어가지고… 죄송합니다."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세탁기 고무패킹에 양말이 끼었다는 신고.

    40분 넘게 진땀을 빼고서야 겨우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센터에 들러 부품을 챙긴 뒤, 동료 작업을 도와주러 향합니다.

    "팔 하나 들어갈 수 있는 공간 나오거든? <내릴 수 있어요?> 내릴 수 있어."

    겨우 건조기를 밖으로 꺼낸 뒤, 세탁기의 윗면을 뜯어내고 한참을 매달려야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으아, 힘들다 힘들어."

    이날 임보균 씨에게 할당된 7건 중 완료한 건 3건뿐, 한 집은 방문조차 못했습니다.

    [임보균/방문노동자]
    "저희들도 안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보셨던 것처럼 환경적인 부분이라든지 이런 것들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방문기사는 한 번에 수리를 완료하는 '초도수리율', 최종 완료를 하는 '처리력' 등이 월급과 진급에 곧바로 반영됩니다.

    단체대화방에선 "처리력에 집중하라"는 메시지와 전체 기사들의 실적이 수시로 올라옵니다.

    [김영정/방문노동자]
    "'퇴근하기 전에 빨리 더 해야 되겠네', 조바심이 들면서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거죠."

    요즘 가전제품들은 1백50kg짜리 세탁기에 80인치가 넘는 TV까지, 크기가 커지고 기능도 복잡해 졌지만 '2인 배정'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설정석/방문노동자]
    "당연히 2인 1조가 작업을 해야 되지만 회사는 지원을 거의 안 해주는 상황이고요."

    시간과 실적에 쫓기다 보니 10명 가운데 8명이 사고성 재해를 당해도 25%가 그냥 참는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9월, 대화방에서 공개적으로 '실적 저조자'로 지목된 한 수리기사가, 아파트에서 혼자 100kg 넘는 세탁기를 옮기다 감전돼 숨지는 사고까지 있었습니다.

    [김문석/방문노동자]
    "전날 회사 메신저에 '초도수리율' 실패한 명단을 올렸어요. 거기에 (숨진 기사) 이름이 딱 처음에 올라와 있어요."

    이 와중에 '고객 만족'까지 맞춰야 하니 불만과 폭언도 기사들의 몫입니다.

    [고객]
    "**놈이. 확 *를 파버리려니까, 이 개**를. 똑바로 못해, 월급 받아 처먹는 **가. 공짜로 수리했냐? <죄송합니다.>"

    공장이나 건설현장 위주로 돼있는 노동자의 안전 관리가 방문 기사들에게도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호소입니다.

    바로간다 정혜인입니다.

    영상취재: 허원철 / 영상편집: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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