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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민간 기업 임대 주택 몰수하라"‥폭발한 베를린 시민들

[집중취재M] "민간 기업 임대 주택 몰수하라"‥폭발한 베를린 시민들
입력 2021-11-11 20:26 | 수정 2021-11-12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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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부동산 개발이익 연속 보도, 오늘은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부동산으로 민간 업자들이 폭리를 취하는 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독일 베를린시에는 임대료가 폭등하자 시민들이 민간 업자들이 소유한 아파트를 공공이 환수하라는 주민투표를 가결시키는 일까지 있었는데요.

    베를린 시민들의 이런 분노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뭔지, 고은상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수만 명의 베를린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건물은 지금 사는 사람들을 위해 있어야만 한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도이체보넨 몰수'라고 적혀 있습니다.

    도이체보넨.

    베를린시 아파트 12만 채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 민간임대 기업입니다.

    시민들의 요구는 도이체보넨을 비롯한 10대 민간임대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 24만 채를, 베를린시가 다시 사들이라는 겁니다.

    민간 임대를 공공 임대로 바꾸라는 뜻입니다.

    베를린시는 원래 전체 아파트의 3분의 1이 공공임대 주택이었습니다.

    공공임대 주택에서는 쫓겨날 걱정 없이 무기한, 싼값에 거주할 수 있습니다.

    [이유진/베를린 공공임대주택 거주]
    "계약 기간이 무기한이고, 계약 당시 임대료 그대로 죽을 때까지. 몇십 년 전에 임대하신 분들은 그때 월세를 그대로 내고 계세요."

    그런데 2004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독일 통일 이후 빚이 늘어나자 베를린시는 공공임대 주택을 20만 채 넘게 민간기업들에 팔았습니다.

    민간기업들은 이 집들을 고급스럽게 리모델링하고, 임대료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민자와 유학생이 늘어나면서, 지난 5년 사이 베를린시의 임대료는 40% 넘게 올랐습니다.

    베를린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더이상 내 집에 살 여력이 없는 걸 받아들여야만 하나요?"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
    "집은 투기하라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시민들 35만 명의 서명으로, 주민투표가 발의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 26일 투표가 치러졌습니다.

    민간기업에 팔았던 아파트를 공공이 다시 환수하는 안이 56%의 찬성으로 가결됐습니다.

    독일 바이마르 헌법 15조는 "토지, 천연자원, 생산수단은 공유재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주민투표의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베를린시는 시민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요안나 쿠지악/베를린 시민]
    "우리의 목표는 누구나 적절한 비용으로 집을 임대하는 겁니다. 그들이 어디 출신인지, 얼마나 부자인지 관계없이 말이죠."

    한국은 어떨까?

    1989년 이후 한국에 지어진 공공임대주택은 300만 호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남아있는 건 170만 호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100만 호 이상은 다시 민간에 팔아넘겨, 사유화된 겁니다.

    [남원석/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분양 전환 공공임대주택이라면 결국은 그냥 일반 주택 시장에 편입이 돼버리는 거죠. 그 물량이 계속 공공의 컨트롤(통제) 하에 놓일 수 있었다면 굉장히 중요한 우리 사회의 큰 자산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정부는 전체 주택 가운데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7%를 넘어, OECD 10위 수준이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허수가 있습니다.

    28만 호는 LH가 민간 소유 주택을 빌려 재임대한 거라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고, 22만 호는 10년 안에 다시 분양으로 전환돼 결국 민간시장으로 넘어갑니다.

    전체의 30%는 무늬만 공공임대라는 뜻입니다.

    정부는 뒤늦게 작년부터 공공임대 주택의 분양전환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김성달/경실련 부동산 정책국장]
    "임차인들에게는 적어도 30년 이상은 살 수 있게 해줘야 되는데, 전세 임대, 일정 기간 있으면 다 분양해 버리는 임대를 임대라고 카운트해서(세서) 그런 것들은 국민을 속이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베를린시의 사건은, 국가가 주거복지에 돈을 쓰지 않고 민간에 맡겨두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를린 시민들은 묻습니다.

    [이네스 슈베어트너/베를린시민]
    "지금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이익을 봅니다. 그저 뭔가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돈을 버는 게 과연 공평한가요?"

    MBC뉴스 고은상입니다.

    영상편집: 장예은 / 영상출처: Deutsche Wohnen & Co Enteign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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