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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10년 뒤 '내 집' 될 줄 알았는데‥쫓겨나는 판교 주민들

[집중취재M] 10년 뒤 '내 집' 될 줄 알았는데‥쫓겨나는 판교 주민들
입력 2021-11-12 20:08 | 수정 2021-11-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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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부동산 개발이익 연속 보도, 오늘은 '판교 신도시'의 실상을 통해 대한 민국 주거복지 정책의 슬픈 현실을 고발합니다.

    100% 공영 개발을 한 판교 신도시의 임대주택에서 서민들이 강제로 쫓겨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주거복지 정책이 실패하는 사이, 누군가는 몇조 원의 엄청난 돈을 챙깁니다.

    홍신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그린벨트 땅을 LH가 강제수용해 2만5천세대의 아파트를 지은 판교 신도시.

    분양을 불과 사흘 앞둔 2005년 6월 17일,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모든 분양 절차를 중단시키고, 주택공사가 모든 걸 주도하는 100% 공영개발을 선언한 겁니다.

    공공이 수용한 땅을 민간 건설사들에게 팔지 않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전체의 절반 가까이는 임대주택을 짓기로 했습니다.

    아파트를 소유보다는 거주 수단으로 전환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곧바로 건설사들, 그리고 건설교통부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임대아파트를 많이 지으면 강남 대체 수요를 흡수할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2005년 6월 22일 뉴스데스크]
    "판교신도시 공영개발 방안을 놓고 지금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결국 계획은 얼마 못 가 후퇴했습니다.

    전체 2만5천세대 가운데, 29%는 민간 건설사들에게 알아서 아파트 짓고 분양하라고 매각했습니다.

    임대주택 가운데 장기임대는 절반만 하고, 나머지 절반은 10년만 임대한 뒤 다시 분양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10년 임대주택도 3분의 1은 민간 건설회사 4곳에 매각했습니다.

    결국 전체의 40%가 또 민간 건설사들에게 넘어간 겁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10년 임대아파트들은 속속 분양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살던 사람들은 줄줄이 쫓겨나고 있습니다.

    [신하늘/판교신도시 주민]
    "초인종 눌러서 문 여니까 (건설사가) 강제로 붙이고 갔어요"

    이들이 쫓겨나는 건, 10년 사이 폭등한 분양가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0년 전 판교 20평대 아파트 분양가는 2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집값이 뛰면서, 지금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내야 할 분양가는 7억 원이 됐습니다.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절반 가까이는 철거민, 장애인, 국가유공자.

    이들이 감당하기엔 분양가가 너무 비쌉니다.

    [황상현/판교신도시 주민]
    "10년이 되면 내 집이 될 수 있겠구나. 이런 희망을 갖고 살았던 거예요. 이건 나라도 아닙니다"

    주민들이 10년 전 빌려서 낸 임대보증금은 1억9천만 원. 당시 분양가에 맞먹습니다.

    매년 오르는 임대료도 꼬박꼬박 냈고, 심지어 청약 자격도 10년 간 제한당했습니다.

    [신하늘/판교신도시 주민]
    "기회 비용을 박탈 당했습니다. 십몇년 동안의 인생을 빼앗은 약탈행위다…"

    10년 임대 뒤 분양 전환.

    이 정책은 서민들의 주거 보호에 결국 실패했습니다.

    [김성달/경실련 정책국장]
    "공기업이 직접 개발했으니까 죽어도 보유하는 장기 공공주택으로 가는 것‥ 판교는 거기까지 가지 못했어요"

    그럼 누가 이득을 봤을까?

    LH와 민간 건설사 4곳이 분양 전환으로 얻는 시세차익은, LH 1조1천억원, 민간건설사 4곳 1조원, 합쳐서 2조1천억원입니다.

    판교 분양에 성공했던 1만3천 세대의 아파트 주인들이 얻은 시세차익은 8조 원으로 추정됩니다.

    공공이 강제수용한 땅에서 정작 서민들은 쫓겨나고, 공기업, 건설사들, 그리고 분양받은 소수의 사람들이 돈을 번 셈입니다.

    [최은영/한국주택연구소 소장]
    "LH는 토지를 저렴하게 수용을 해가지고 분양할 때 이익을 남기고, 민간 기업은 또 땅을 받아서 이익을 엄청나게 남기고, 또 분양 받은 수분양자는 주택 가격이 올라서 또 이익을 남기고. 집을 둘러싼 다단계가 LH 민간기업 그다음에 수분양자‥"

    100% 공영 개발을 선언했지만, 판교 아파트 2만5천호 가운데 지금도 공공 소유로 남은 건 전체의 4분의 1도 안 됩니다.

    나머지 4분의 3은 수조 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채 민간으로 넘어갔습니다.

    MBC뉴스 홍신영입니다.

    영상 취재 : 이준하/영상 편집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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