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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돼지머리' 3백 개‥가짜 조합원 모아 조합 좌지우지

[집중취재M] '돼지머리' 3백 개‥가짜 조합원 모아 조합 좌지우지
입력 2021-11-15 20:25 | 수정 2021-11-1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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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조합원들이 함께 땅을 사서 집을 짓는 아파트 공동 구매를 위해 '지역 주택 조합'을 세웁니다.

    그런데, 시세보다 싸게 내 집을 장만 하겠다고 들어갔다가 낭패 보는 일이 많습니다.

    경기도의 한 조합에서는 난데없이 '돼지 머리'가 등장을 했습니다.

    머리 수만 채우면 되는 가짜 조합원을 업계에서 '돼지 머리'라고 부르는 건데요.

    돼지 머리, 수백 명이 들어가 있다는 한 조합의 이야기로, 지역 주택 조합,

    연속 보도 시작합니다.

    먼저 백승우 기잡니다.

    ◀ 리포트 ▶

    지난달, 경기도 양주의 한 지역주택조합 총회가 열렸습니다.

    "임시총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작부터 몸싸움이 벌어집니다.

    "막아, 막아."
    "<(정족수) 252명이 안 된다고.>"
    "그냥 진행하세요, 계속. 무시하고."

    일부 조합원들의 항의가 빗발칩니다.

    조합 집행부가 총회를 강행하려고 참가자 숫자를 부풀렸다는 겁니다.

    급기야 참석자 명부를 서로 빼앗겠다고 쫓고 쫓깁니다.

    진짜 조합원들이 맞는지 확인하겠다는 측과, 조합측 경비업체 직원이 뒤엉켜 총회는 아수라장입니다.

    이 난장판이 벌어지기 2시간 전, 인근 지하철역에선 조합원들을 총회장으로 실어나를 승합차가 운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각 또 다른 역에선 정체불명의 관광버스 2대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40명가량 태운 이 버스도, 총회장으로 향합니다.

    "(지역주택 조합원 아니세요?)"
    "조합원 아냐, 아니야."
    "(조합원도 아닌데 여기 왜 오신 거예요?)"
    "아니, 한 번 와 보라고 그러니까 와 본 거지."

    조합원이 아니라던 이 남성, 총회장에는 버젓이 나타납니다.

    현장에서 만난 또 다른 남성은 버스를 타면 일당을 쳐준대서 왔다고 털어놓습니다.

    [김 모 씨]
    "15만 원 용돈 준대서 그냥 왔습니다. 참가회비 명목으로 15만 원 준다 그래서."

    이 지역주택조합에서 1,500세대 규모 아파트를 짓겠다는 부지입니다.

    수도권 아파트를 1억 원대에 마련할 수 있다며 조합원을 모집한 지 어느새 8년째, 그런데 아직 첫 삽도 못 뜨고 있습니다.

    갈등의 배경이 된 '가짜 조합원' 논란은 사실일까.

    취재진은 이 조합 실무를 맡은 업무대행사 회장의 녹취를 입수했습니다.

    느닷없이 '돼지머리'가 등장합니다.

    [녹취록(2020년 3월 25일)☎]
    [정 모 씨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 회장)/[조합 관계자]
    "돼지머리' 하는 데 돈을, 뭐 우리 회사 돈을 먼저 줬어요. 조합원 최종 수는 1,300명 유지를 할 거예요."
    "(자신 있으세요?)"
    "그럼요. 그거는 타짜예요, 제가"

    현재 3백 명 수준인 '돼지머리'를 5백50명까지 늘리겠다고 장담합니다.

    [녹취록(2020년 3월 25일)☎]
    [정 모 씨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 회장)]
    "우리가 더 써가지고 가게 되면 전부 한, 550명인데, 돼지머리 써가지고 사기꾼이라고 얘기하시면 일단 안 되고..."

    몸통 없이 머리만 있는 걸 빗댄 속칭 '돼지머리'.

    돈 주고 이름만 빌려 조작해낸 '가짜 조합원'을 가리키는 겁니다.

    [김극성 조합원 가족]
    "머리만 빌려달라 해갖고 하는 게 그게 '돼지머리'예요. 분양판에서 하는 속된 말이에요."
    "(왜 돼지머리라고 그래요?)"
    "얼굴만, 이름만 있으니까 돈은 아무것도 안 냈으니까."

    이 업무대행사의 내부 문건을 보면, '돼지머리' 1명을 데려오면 많게는 1백만 원씩, 모집책들에게 모두 2억 7천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이 가짜 조합원들은 조합 일은 알지도 못한다고 털어놓습니다.

    [박 모 씨 (가짜 조합원)]
    "술 먹다 그냥 뭐 얼떨결에 조합원 만드는데 그거 좀 해달라고.."

    [김 모 씨 (가짜 조합원)]
    "옛날부터 돈 내고 하는 건 안 하거든."
    "(어디인지는 아세요?)"
    "몰라. 가본 적도 없고."

    심지어 조합의 예전 감사마저 '돼지머리' 조합원이었습니다.

    [백 모 씨 (가짜 조합원 / 전 조합 감사)]
    "(어르신이 감사도 하셨잖아요. 감사?)"
    "감사는 얘(업무대행사 회장)가 그냥 넣더라고 거기다가. 에이, 난 그런 거 머리 쓰는 것, 내 나이가 먹어서 미쳤다고 그걸 해?"

    업무대행사가 돈까지 줘가며 '돼지머리'를 모은 이유, 먼저 조합원 숫자를 부풀려 사업이 잘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라고 고백합니다.

    [녹취록(2020년 3월 25일)☎]
    [정 모 씨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 회장)]
    "(지역주택조합을) 아무리 광고해도 믿지를 안 해. 착공 들어갈지 안 들어갈지 모르는데 내가 (계약금) 3천만원 넣겠냐? 안 넣는다고."

    그리고, 더 중요한 이유...'돼지머리'로 확보한 조합원 수만큼 표를 그대로 가져가 조합을 맘대로 휘두를 수 있습니다.

    [녹취록(2020년 5월 9일☎)]
    [정 모 씨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 회장])
    "(돼지머리) 명단을 내가 가지고 있고, 서면 결의는 우리가 만들 수 있으니까. 돼지머리 하는데 그거는 비밀로 해주셔야 돼. "

    [조합원 A]
    "(당연하죠)"
    [조합원 B]
    "그럼 집행부 다 교체할 수 있다는 얘기죠?"
    "(예)"

    논란이 된 지난달 총회에선 실제로 새 조합장이 선출됐습니다.

    녹취 내용 그대로 조합 집행부가 바뀐 겁니다.

    신임 조합장은 업무대행사 정 회장에게 맞장구를 치며 대화하던 바로 그 조합원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 조합장은 사업이 지연되면 한 달 이자만 3억 원 씩 나간다면서, '돼지머리는 고마운 존재'라고 주장했습니다.

    [최 모 씨 / 신임 조합장]
    "착한 돼지 갖고 잡으면 뭐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변 모 씨 /조합 관계자]
    "사람한테 산 사람한테 진상해 준다는 뜻이 돼지머리라는 거."
    (몸통 없이?)
    "네, 몸통 없이."
    "(그 산 사람은 진짜 조합원인 거예요?)"
    "네. 그러니까 그걸 죽여 갖고 우리 산 사람을 살리는 거죠."

    '돼지머리'를 동원한 업무대행사 측은 이전 조합 집행부로부터 100억 원을 지급받기로 해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업무대행사는 모든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업무대행사 관계자]
    "일절 지금 함구할 테니까 가시죠. (돼지머리 조합원 있잖아요.) 모릅니다. 가시죠."

    조합원을 조작하는 행위는 사기죄나 주택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에선 조합 설립 심사 때 조합원이 무주택자인지, 해당 지역에 6개월 이상 살았는지 형식적 요건만 전산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돼지머리' 조합원은 걸러내지 못합니다.

    [박덕재 / 양주시 공공주택팀장]
    "조합 내부에서 해결할 일이다. 우리 행정청에서 허위 조합원 여부에 대한 어떤 확인 검증, 감독, 그런 기능까지는 법에서 주지 않았다."

    사업만 성공하면 그만이라는 논리에 '돼지머리' 조합원들이 판을 치고, 진짜 조합원들은 내 집 마련이라는 꿈에 발목 잡혀 오히려 불안한 처지가 됐습니다.

    MBC뉴스 백승우입니다.

    영상 취재 : 독고명, 김재현 / 편집 :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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