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차주혁

[집중취재M] 법은 그들을 보호하지 않는다‥'투명인간' 5백만 명

[집중취재M] 법은 그들을 보호하지 않는다‥'투명인간' 5백만 명
입력 2021-11-16 20:11 | 수정 2021-11-16 20:41
재생목록
    ◀ 앵커 ▶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지 70년 정도 지났습니다.

    그 사이 노동 환경도 바뀌었고 지금은 4차 산업 혁명이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변화에 비해 근로 기준법은 너무 낡았고 노동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지금의 근로 기준법이 새롭게 등장한 직군을 포함해서 노동하는 모든 이를 감싸 주고 있는 지 오늘 부터 연속 보도합니다.

    첫 순서로 '5인 미만, 사업장' 문제를 짚어 보겠습니다.

    노동 문제를 전문 취재하는 차주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김민정 씨는 안전진단 업체들이 모여 만든 협회 직원으로 일하다, 회원사 직원에게 폭언을 당했습니다.

    [김민정]
    "새벽 2시에 전화가 계속 오더라고요. 무슨 일이지? 전화를 받았어요."

    [안전진단업체 직원 (통화 녹음)]
    "야,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라고. 왜 나한테 XX이야, 네가. <그게 제 일이 아니니까.> 그게 네 일이지. 너 나한테 내일부터 말 걸면 진짜 죽여 버린다."

    김씨가 경찰에 고소하자, 회유, 따돌림, 괴롭힘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김씨는 지난 6월 결국 해고됐습니다.

    하지만 법은 김씨 편이 아니었습니다.

    협회 직원은 김씨 딱 한 명.

    5인 미만 사업장이라 근로기준법의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김민정]
    "해고가 자유롭잖아요. 자기 마음대로 괴롭혀도 되고, 마음대로 사용했다가 물건처럼 버려도 되는 거거든요."

    피부관리업체 직원 최모씨.

    야근과 휴일근무 수당 8개월치를 요구하자, 사장은 카카오톡으로 최씨를 해고했습니다.

    부당해고와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려 했지만, 노동부는 아예 접수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최OO]
    "'그런데 이거 신고가 안 되는데'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왜요? 그랬더니 '4인이에요' 이러는 거예요. / 4인이라서 이게 법 적용이 안 된다, 괴롭힘이 안 된다. / 아예 그냥 제 괴롭힘이 뭘 하는 건지도 듣지도 않고."

    근로기준법은 부당 해고와 직장내 괴롭힘을 금지합니다.

    하지만 이건 5인 이상 사업체 얘기입니다.

    5인 미만의 작은 사업장 노동자는 500만 명, 노동자 6명 중 한 명 꼴입니다.

    법은 이 5백만 명을 보호하지 않습니다.

    마음대로 해고해도 되고, 무제한 연장 근무를 시켜도 되고, 휴일이나 야간 수당도 없습니다.

    연차 휴가, 생리 휴가도 없고, 임신부 태아검진 시간도 주지 않습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도 적용되지 않고, 중대재해처벌법도 예외입니다.

    전체 중대재해의 32%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합니다.

    [이조은/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
    "주 52시간 상한제라는 노동시간 규제도 받지 않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에도 배제되면서 안전 이슈까지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배제되는 상황입니다."

    이러니 편법으로 사업장을 쪼개, 5인 미만으로 만드는 꼼수까지 판칩니다.

    서울의 한 병원.

    김성휘 씨는 24시간 문을 여는 장례식장 매점에서 둘이 맞교대로 일했습니다.

    일손이 모자랄 때는 장례식장 청소, 운구차 운전도 했습니다.

    [김성휘/장례식장 매점 근무]
    "밥 먹는 시간도 10분이에요. 10분 만에 먹고 하여간 자리 지키고 있어야 돼요."

    시간외수당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이 병원 장례식장과 매점, 식당에서 10명 넘는 직원들이 일하는데, 사업주가 그걸 다 쪼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만든 겁니다.

    노동자들의 현실은 사업장 규모가 작을 수록 더 열악하지만, 법은 오히려 이들을 배제하고 투명인간 취급합니다.

    [하은성/권리찾기유니온 노무사]
    "사실 근로기준법의 취지는 오히려 민법으로 보호할 수 없는 영역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특별법으로 보호하는 건데, 이런 5인 미만 사업장은 그 보호에서 더 배제되고 차별받는 그런 형식이 돼있는 것이죠."

    5인 미만 사업장 배제 조항은 1998년과 2017년 두 차례 위헌 소송이 제기됐지만,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이유로 두 번 다 기각됐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32조는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돼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한재훈 남현택/영상편집: 김재환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