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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쉬워서 놀랐다"‥명성황후 시해 가담자 편지

"의외로 쉬워서 놀랐다"‥명성황후 시해 가담자 편지
입력 2021-11-16 20:30 | 수정 2021-11-1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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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일본의 낭인들이 명성황후를 시해한 사건이죠.

    을미사변에 가담했던 당시 일본의 외교관이 "우리가 왕비를 죽였다"고 고향 친구에게 보냈던 편지가 일본에서 발견됐습니다.

    "생각보다 쉬워서 놀랐다"는 감상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도쿄에서 고현승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명성황후가 시해된 다음날인 1895년 10월 9일.

    당시 일본 영사관보였던 호리구치 쿠마이치가 고향인 니가타현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우리가 조선의 왕비를 죽였다"고 충격적인 자백을 한데 이어, "진입은 미리 역할을 맡은대로 담을 넘어.. 간신히 내전에 도달해 왕비를 시해했다", "의외로 쉬워서 오히려 놀랄 정도였다"며 구체적인 시해 과정과 사건에 대한 감상까지 적고 있습니다.

    나고야의 고문서 수집가가 입수한 이 편지를 해독한 사학자 김문자 씨는 "사건의 세부 내용이나 가족에 관한 기술로 볼 때 본인의 진필이 틀림없다"고 아사히 신문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는 "현역 외교관이 임지에서 왕비 살해에 직접 관여했다고 알리는 문구에서 충격을 받았다"며, "아직도 불명확한 점이 많은 사건의 세부를 밝히는 열쇠가 되는 가치가 높은 자료"라고 평가했습니다.

    편지를 쓴 호리구치는 동경대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 외교관으로 을미사변에 가담한 이후 브라질 대사 등으로 출세를 거듭했습니다.

    을미사변은 당시 일본 공사였던 미우라 고로의 지휘로 일본 군인과 낭인들이 경복궁 내 건청궁을 습격해 명성황후를 참혹하게 살해하고 불태운 사건인데, 일본 정부가 개입돼있음을 보여주는 또다른 자료가 나온 겁니다.

    편지의 주인공인 호리구치를 포함해 을미사변 관련자 50여명은 사건 직후 일본으로 귀국해 재판을 받았지만 전원 무죄 석방됐고, 오히려 영웅 대접까지 받았다는 기록도 남아있습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고현승입니다.

    영상취재 : 이장식(도쿄)/영상편집 : 이지영/사진 : 아사히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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