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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징수 3.3%의 비밀‥몰라서 당하고 알면서도 당한다

원천징수 3.3%의 비밀‥몰라서 당하고 알면서도 당한다
입력 2021-11-17 20:14 | 수정 2021-11-1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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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3.3%, 만약 회사와 맺은 계약서에 이 숫자가 적혀 있다면 사장의 꼼수에 당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근로기준법이 보호해주는 노동자가 아니라 사장과 동업하는 개인사업자란 겁니다.

    일일이 지시받는 노동자로 일하면서 정작 권리는 누리지 못합니다.

    주로, 법을 잘 모르는 사회초년생이나 약자들인데 이렇게 사업자가 된 노동자는 3백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근로기준법 연속 보도, 차주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물류회사 직원이던 김성호 씨.

    4년쯤 지나자, 사장이 근로계약 대신 공동업무계약을 맺자고 했습니다.

    처음엔 뭔지도 모르고 서명했지만, 그게 화근이었습니다.

    기본급과 수당을 합해 2백만 원 정도이던 월급이, 갑자기 150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일명 '탕치기'

    노동자가 아니라, 졸지에 한 탕에 얼마씩 건별 수수료를 받는 개인사업자가 된 겁니다.

    [김성호/물류업체 근무]
    "하루 종일 일해도 5만 원만 주면 되니까. 그냥 '탕'으로만 하니까. '너는 근로자가 아니라서 그렇게 돈을 줘도 법에 안 걸린다.'"

    다시 근로계약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지만, 싫으면 관두라는 협박이 돌아왔습니다.

    [물류업체 사장(음성 녹음)]
    "<근로계약서도 아니고 공동업무계약서를 자꾸…> 그냥 찍으라고, 확 씨. <왜 이걸 써야 되냐고요?> 일하기 싫어? 찍어, 얼른. 시간 없으니까."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일을 지시할 수 있습니다.

    대신 의무도 집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야 하고, 4대 보험료도 절반을 부담해야 합니다.

    그런데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둔갑시키면 이런 의무가 다 사라집니다.

    개인사업 소득세 3.3%만 원천 징수로 내면 됩니다.

    노동자처럼 일 시킬 건 다 시키면서, 의무만 피하는 꼼수입니다.

    인터넷에는 이런 꼼수를 공유하는 글이 넘쳐납니다.

    "출퇴근 시간 같은 건 적으셨어요? 그거 적으면 안 돼요."

    "직원이랑 원만히 합의되면 프리랜서 원천세 3.3% 신고하시는 게 젤 좋아요."

    "4대보험은 사장님하고 반반인데, 소득세는 직원이 부담하는 거라 더 낫죠."

    법을 잘 모르는 사회초년생이나, 사회적 약자들이 주로 이런 꼼수에 당합니다.

    3.3%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하나하나 지시에 따라야 하는 노동자 신분인데도, 권리는 모두 사라지는 겁니다.

    [김소연/분양대행업체 근무]
    "늦으면 늦는다고 쌍욕 먹고, 조금 몸이 안 좋아서 일찍 들어간다고 하면 '야!'.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게 개인사업자예요?"

    권리를 박탈당한 이런 비공식 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노무를 제공하고 사업소득세 3.3%를 내는 사람은 668만 명.

    이 가운데 학원강사 같은 33개 업종으로 분류가 안 되는 '기타 자영업자'가 315만 명입니다.

    지난 10년 사이 6배가 늘어났는데, 상당수는 이런 비공식 노동자로 추정됩니다.

    [권오성/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비공식 노동자들 같은 경우는 제도의 실패가 아니라 법 적용 집행상의 문제인 거예요. 기업에서는 '너는 계약서 자체가 근로계약이 아니니까 근로자가 아니야' 취급하고 있는 상태인 거죠."

    CJ대한통운에서 개인사업자 계약을 맺고 배달 일을 하던 강대훈 씨.

    새벽 2시부터 낮 12시까지 10시간 철야 근무에, 휴일은 한 달 두 번이었습니다.

    7년째 되던 지난 8월, 강 씨는 화물차 안에서 쓰러졌습니다.

    뇌출혈.

    하지만 산재 인정도 못 받았습니다.

    [강대훈/CJ대한통운 근무]
    "'개인사업자이다 보니까 약간 좀 힘들지 않을까' 이렇게 부정적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노동청에 신고를 했는데 노동청에서는 자기 소관이 아니다."

    회사는 치료비는 고사하고 퇴직금 한 푼 없이 강 씨와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강대훈/CJ대한통운 근무]
    "빈말이라도 '수고했다, 그동안 고마웠다' 이 한마디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냥 뭐 필요 없으니까 가라는 식으로 '가요, 이제'."

    강 씨에게 남은 방법은 소송뿐이지만, 자기가 노동자 신분이었다는 걸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300만 명으로 추정되는 비공식 노동자들은, 이렇게 몰라서 당하고 알면서도 당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한재훈 남현택/영상편집: 이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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