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제보는 MBC입니다.
6살 아이가 유치원 선생님이 토한 음식을 먹인다면서 악마 같다는 말까지 합니다.
CCTV를 확인해 봤더니 아이 여러 명이 반복적으로 학대를 당한 게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경찰 수사가 더디어지는 사이 유치원은 멀쩡하게 운영을 하고 있지만 정작, 피해 아동의 집은 아예 동네를 떠나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대체, 무슨 사정인지 김지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청바지 엉덩이 부분이 크게 튿어졌고, 도시락 가방은 누군가 칼로 자른듯 찢어졌습니다.
오른쪽 팔목엔 붉은 멍이 생겼습니다.
지난해 여름 한 달사이 유치원에 다녀온 6살 정훈이(가명)에게 생긴 일입니다.
유치원에 찾아가자, 원장은 오히려 선생님을 두둔했습니다.
[00유치원 원장(지난해 7월)]
"다치고 오든, 이 아이가 맞고 오든 선생님한테 하고싶은 말도 어느정도는 참으셔야 돼요. 이 사건이 대두되면 난 어머님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셨으면 좋겠어요."
"예민한 사람"이라고 오히려 부모를 탓했습니다.
[00유치원 원장(지난해 7월)]
"어머님이 다른 어머님들보다는 훨씬 더 예민하시고, 어머님처럼 그러면 저희가 (유치원) 운영을 하기 어렵죠."
하지만 경찰에서 CCTV를 확인 결과 이 유치원에서 23일 동안 9명의 아이들이 34번의 학대를 당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정훈이에게 26번이 집중됐는데, 손목을 잡아채거나 갖고 놀던 가위를 손목에 대며 위협하고, 심지어 식판에 뱉은 음식을 다시 숟가락으로 먹이기까지 했습니다.
[정훈이(가명)]
"선생님 악마같아. 선생님 바꿔줘. OOO 선생님이 강제로 음식 먹이고 토한(뱉은) 것도 먹이고, 난 깨끗한 게 먹고 싶어."
부모가 유치원을 찾아간 다음 학대가 더 심해졌다고 합니다.
[정훈이(가명) 엄마]
"(아이가) 옆에 있는 교구장을 붙잡고 버티다가 결국엔 끌려나가요. 그런데 애가 울면서 선생님한테 막 비는 거예요."
수사가 반년 동안 지지부진하자, 학부모는 원장과 가해교사를 엄벌해 달라는 국민 청원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인터넷 지역 맘 카페에는 오히려 가해 유치원을 두둔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정훈이(가명) 엄마]
"허언증 환자라고 하거나, 저를 두고 '예전부터 정신이 이상한 엄마'라고 했다거나… 한 사람이 기사마다 (댓글을) 달고."
피해 부모는 사건이 있은 뒤 원장이 설명회를 열었는데, 이 때 가짜 변명을 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정훈이(가명) 엄마]
"댓글로 미루어 봤을 때 (유치원측에서) 사실과 다른 말들을 전했고, 입에서 입으로 와전되고…"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려다 거절당했고, 어렵게 들어간 어린이집에서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정훈이(가명) 엄마]
"(유치원) 원장님들끼리 다 아시고 하니까, 통화를 하고 난 다음에 좀 힘들 것 같다고 거절을 하시더라고요. 옮긴 어린이집에서도 (동네에서) '애가 막 그렇단다'…"
1년이 넘었지만 문제의 유치원은 해당 원장이 그대로 운영 중입니다.
[00유치원 원장]
<'운이 나빴다 생각하고 참으시라' 이런 식으로 원장 선생님이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경북경찰청은 최근에서야 아동학대 혐의로 원장과 가해 교사를 검찰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정훈이네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계획 중입니다.
[정훈이(가명)]
"***선생님 때문에 내 추억을 다 망쳤어. 슬퍼. (친구들) 보고 싶어."
MBC뉴스 김지인입니다.
영상취재: 이종혁/영상편집: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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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지인
[제보는 MBC] 학대 드러났어도 유치원은 '멀쩡'‥피해자만 이사 갈 처지
[제보는 MBC] 학대 드러났어도 유치원은 '멀쩡'‥피해자만 이사 갈 처지
입력
2021-11-17 20:20
|
수정 2021-11-1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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