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우리나라는 천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작은 회사에 다니거나 비정규직이라는 이유 등으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언제든 쉽게 해고당할 수 있어서 '1회용 노동자'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경영자 단체들은 오히려 해고할 자유를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모든 노동자가 보호받도록 법을 바꾸자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노동 문제를 전문 취재하는 차주혁 기자가 깊게 들여다봤습니다.
◀ 리포트 ▶
대학 졸업반 최우림 씨는 지난해 10월, 그 어렵다던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해외직구 스타트업 회사의 웹디자이너.
그런데 근로계약서가 좀 이상했습니다.
수습 3개월 동안 근로소득세가 아니라 사업소득세 3.3%를 내고, 무단결근하면 급여의 2배를 물어내고.
이름만 근로계약서지, 사실 개인사업자 신분이라는 뜻입니다.
[최우림]
"알아서 잘 해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개인사업자다, 이런 것들도 하나도 못 들었고."
토요일 새벽 4시 23분, 일요일 새벽 3시 47분.
회사는 밤낮도 휴일도 없이 일을 시켰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시간외수당도 따로 주지 않았습니다.
정직원은 4명만 두고, 나머지는 최 씨처럼 일을 시킨 겁니다.
결국 두 달을 못 채우고 퇴사했습니다.
첫 직장에서 이런 일을 겪고 나서, 최 씨는 취업을 포기하고 대신 창업하기로 했습니다.
[최우림]
"사회인으로서 나갈 준비를 했던 제 모든 과정들이 다 물거품이 되는 느낌. 너는 그냥 딱 120만 원 밖에 안 돼. 너는 야근해야 되는 못난 사람이야."
근로기준법은 최 씨 같은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않습니다.
우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500만 명이 배제됩니다.
아예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도 많습니다.
학습지교사 같은 특수고용노동자, 파견직 같은 간접고용노동자,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까지.
권리를 박탈당한 사각지대 노동자는 1천만 명이 넘을 걸로 추정됩니다.
부당하게 해고돼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도, 일하다 다쳐도, 법에 호소할 수 없습니다.
[권오성/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직영 근로자 4명에 파견 1천 명을 써도 그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난센스 같은 일이잖아요."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5인 미만 사업장만 차별할 이유가 없다"며 법 개정을 권고했습니다.
작년과 올해 국회에는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제출됐습니다.
하지만 사용자 단체들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오히려 근로계약에 국가가 간섭하지 마라, 해고할 자유를 더 달라고 주장합니다.
[이동근/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산업구조 변화에 맞지 않는 낡은 노동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각종 규제로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해고가 쉬워야 채용도 더 할 수 있다는 논리.
정말 그렇게 될까?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세 명이 나가면 한 명밖에 뽑지 않는 게 지금 현실이거든요. 그리고 필요한 업무는 아웃소싱이나 플랫폼, 개인 사업을 통해서 프리랜서 고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계가 얘기한 대로 되면 고용의 질은 더 악화되고 양극화된 노동시장이 더 될 수 있다."
[권오성/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고용에서 탈락하는 순간에 정말로 삶을 영위할 방법이 없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놓고, 해고가 너 무 어렵다는 말을 한다는 거는…사회안전망을 올려놓고 나서 해야 되는 거죠."
코로나19 위기에서 더 많이 해고당한 사람들은 비정규직이었습니다.
정규직의 해고 경험은 1.2배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은 8%에서 36%로 4배 넘게 늘어났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 한재훈, 남현택 / 영상편집 :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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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차주혁
사각지대 '1천만 명'인데‥"해고할 자유 달라"
사각지대 '1천만 명'인데‥"해고할 자유 달라"
입력
2021-11-20 20:26
|
수정 2021-11-2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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