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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서울은 안 되고 군산은 된다?‥성별 바꾸려 법원 전전

[소수의견] 서울은 안 되고 군산은 된다?‥성별 바꾸려 법원 전전
입력 2021-11-20 20:28 | 수정 2021-11-2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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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오늘은 미국의 한 여성이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무참하게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입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과 남성, 두 개의 성만 인정이 되다 보니 트랜스젠더가 소외되는 일이 적지 않은데요.

    법적으로 인정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기 성별을 인정받기 위해 법원을 찾아갔는데, 어떤 판사가 담당하냐에 따라 판단이 다르게 나옵니다.

    고재민 기자가 트랜스젠더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능숙하게 스스로 약물을 주사하는 한 남성.

    28살 이한결씨는 3주마다 한 번씩 남성호르몬을 맞는 '트랜스 남성'입니다.

    [이한결]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에 하리수씨가 데뷔하셨는데, '트랜스젠더'라는 단어 들으면서 '아, (내가) 이거구나'…"

    4년 전 유방을 절제하고 이듬해엔 자궁도 적출 했습니다.

    신체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남성으로 인정받기 위해 서울가정법원에 성별 정정을 신청했습니다.

    결과는 기각.

    남성 생식기가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고향인 전북 군산 법원에 다시 한 번 신청해봤습니다.

    그런데, 이번 판사는 "많이 힘들텐데 힘내서 살아가라"며 성별을 곧바로 정정해줬습니다.

    [이한결]
    "아, 그럼 나는 정말 서울에서 겪었던 건 정말 내가 운이 없어서 겪은 일인가. 사법제도라는 게 이렇게 운이 없다고 결과가 바뀌어도 되는 건가."

    이 씨 뿐이 아닙니다.

    청주에선 기각됐는데 부천에선 허가받고, 대전 판사는 안 된다더니 충주 판사는 된다, 같은 법원 1심 판사는 기각했는데, 2심 판사는 허가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법원을 전전하기까지 합니다.

    트랜스 남성인 정 모 씨는 올 한 해만 부천과 안산, 충주까지 3군데 법원에 성별정정을 신청했다 모두 기각당했습니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최근 성별 정정을 허가해 준 전력이 있는 판사를 수소문해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또 기각.

    게다가 판사는 "소문 듣고 왔냐. 법원을 쇼핑하는 거냐, 성기수술하고 다시 오라"고 질타했다고 합니다.

    [정 씨]
    "되게 절박했거든요. 힘든 마음으로 가서 그래도 해보자 하고서 한 건데, 눈물이 너무 나더라고요. 아휴 지금도…"

    이렇게 판사마다 결정이 달라지는 건 대법원 예규에 "외부성기나 생식능력이 있는지 '참고'할 수 있다"고 모호하게 돼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할지 말지는 결국 판사 마음인 겁니다.

    [박한희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
    "예측이 전혀 안 되는 거죠. 법이라는 건 예측 가능성과 명확성이 중요한 건데…"

    성기를 만드는 수술은 비용이 비쌀 뿐 아니라, 국내 의료 기술로는 안전하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성정체성과는 다른 신분증때문에 병원진료부터, 투표까지 포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인권단체들은 "대법원 예규에서 외부성기와 생식능력 제거 부분을 삭제하고, 폭넓게 성별 정정을 허가해 달라"고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이한결]
    "누군가가 허락을 해줘야 살아갈 수 있는 삶이라는 건 존엄성이 훼손되는 일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더라고요."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취재: 이지호, 허원철, 이상용 / 영상편집: 김하은 / 영상제공: (주)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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