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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로 귀 안 들려요"‥퇴직조차 못한 신입 간호사

"스트레스로 귀 안 들려요"‥퇴직조차 못한 신입 간호사
입력 2021-11-23 20:34 | 수정 2021-11-2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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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경기도 의정부의 한 병원에서 일을 시작한 지 불과 아홉 달 밖에 안 된 젊은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귀 한 쪽이 안 들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끝내 병원을 그만두려고 했지만, 두 달전에 미리 사표를 내지 않으면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계약서 문구 때문에 퇴직 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고재민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어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귀 한쪽이 안들리더라"

    "의사 선생님이랑 상담했는데 우울지수가 높아서 팀장에게 말했대"

    23살 오모 간호사가 동료에게 보낸 SNS 메시지입니다.

    오 간호사는 이 메시지 약 한달 뒤인 지난 16일 병원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입사 불과 9달 만입니다.

    오 간호사의 7월달 급여명세서.

    한 달에 10만원씩 지급되는 식사비 중 고작 4천 2백원을 썼습니다.

    밥 먹을 시간조차 없었던 겁니다.

    "진짜 오랜만에 밥 먹어봤다"며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낸 날도 있었습니다.

    [동료 간호사]
    "전체 환자 수가 전 병상이 찬다고 하면 44명이에요. 혼자서 44명 처치를 다 해야 되니까, 너무 뛰어다녀서 발목이 좀 이상해졌다고…"

    신입을 괴롭히는 간호사 특유의 '태움' 문화에도 시달렸습니다.

    "선배 간호사에게 엄청 혼나 울면서 나왔다. 일하지 말고 나가라 한다"며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결국 오 씨가 병원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팀장은 근로계약서를 내세워 거부했습니다.

    근로계약서에는, 퇴사하려면 두달 전에 미리 말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병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김유경 /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 노무사]
    "굉장히 이례적으로…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발적 퇴사를 가로막는 큰 장애가 됐을 것.."

    병원측은 "오 간호사가 팀장과 상의했을 뿐 사직서를 내진 않았고, 실제 퇴직을 원한 경우 모두 받아줬다"며, "진상 규명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건의료노조측은 근본적인 원인인 인력 부족을 해결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백소영 / 보건의료노조 경기지역본부장]
    "그 어린 나이에 병원에 들어와서 고작 배운게 자기의 건강과 생명을 놓치면서 환자를 치료해댜 된다는 그런 가혹한 현실…"

    경찰은 병원 내에 괴롭힘이 있었는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동료 간호사]
    "그 전날에도 너무 힘들었다는 말을 너무 해맑게 해요. 그게 마지막 모습인데… 그래서 지금도 솔직히 안 믿겨요."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취재 : 김우람 / 영상편집 :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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