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양정은

40년 고통 버틴 5·18 피해자‥"결국, 내가 지고 떠난다"

40년 고통 버틴 5·18 피해자‥"결국, 내가 지고 떠난다"
입력 2021-11-24 19:55 | 수정 2021-11-24 19:58
재생목록
    ◀ 앵커 ▶

    5.18 광주 학살의 최고 책임자 전두환 씨가 숨진 어제, 5.18 때 총에 맞아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고통 속에 40년을 버텨 온 이광영 씨가 고향 마을 저수지에서 스스로 삶을 정리한 채 발견 됐습니다.

    계엄 군이 쏜 총탄이 척추를 관통해 다시는 걸을 수 없게 된 그는, 계엄 군의 헬기 사격을 직접 목격하고 증언했던 역사의 증인 이기도 합니다.

    숨지기 전, "오로지 통증에 시달리다 결국, 내가 지고 떠난다"는 유서를 남겼는데 그가 생전에, 바라던 건 5. 18의 진실, 그리고 책임자의 사과였습니다.

    어쩌면, 그가 유서에서 그토록 시달렸다고 원망한 고통은 5.18의 '진실'이 점점 흐려지고 '사과'는 멀어지고 있다는 직감이 키웠는지 모릅니다.

    전두환 씨는 이제 사과를 못 합니다.

    그러니 아무도 들은 적 없는 사죄를 "이미 여러 번 했다"면서 여전히 뻔뻔한 그의 주변 인물들은 입을 다물기 바랍니다.

    양정은 기자가 5.18 피해자 고 이광영 님의 부고를 전합니다.

    ◀ 리포트 ▶

    전남 강진군 군동면의 한 저수지.

    5.18 국가유공자 68살 이광영 씨가 어제 오후 4시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씨는 하루 전 전북 익산의 자택에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가 경찰이 수색을 벌여왔습니다.

    [이은호 / 강진경찰서 생활안전과장]
    "사고 지점 5km 전방에 CCTV에 차량이 통과한 사실이 확인이 됐거든요. (숨진 시각을) 22일 자정에서 23일 새벽 1~2시쯤… 그렇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에, "5.18에 원한도 없으려니와 작은 서운함들도 다 묻고 가니 홀가분하다", "오로지 통증에 시달리다 결국, 자신이 지고 떠난다"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습니다.

    승려 신분이었던 이씨는 1980년 광주에서 계엄군의 만행을 목격하고 부상을 당한 시민군들을 병원으로 후송하는데 동참했습니다.

    그러다 자신도 척추에 총상을 입어 하반신이 마비됐고, 이후 40여 년 간 매일 수차례씩 진통주사를 맞는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그럼에도 이씨는 국회 광주 특위 청문회와 전두환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생생히 증언했습니다.

    [故 이광영씨 / 1989년 국회 광주 특위 청문회]
    "헬기가 '다라라'하고 오더라고요. 그러더니 갑자기 그냥 총을 '다다다'하고 난사를 합니다. 그래 옆에가 막 아스팔트가 불똥이 '타타타' 튀더라고. 그래서 그냥 '아이고' 하고 기사가 지그재그로 운전을 하고 뭐 도망갈 틈도 없으니까, 바로 위에 헬기가 있고. 그래서 가로수 밑에 우선 숨어있어요. 그래 가로수 이파리가 우수수 떨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지나갔는데 어느 여학생 하나가 그 총에 맞아 가지고 쓰러졌어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해오던 이씨는 10여 년 전 결국 광주를 떠났습니다.

    [故 이광영 씨 지인]
    "많이 아프셔가지고 경상북도 봉화에서도 사시고, 혼자 (요양 다니며) 사셨어요. 건강도 안 좋아지시고 하니까 익산도 내려오신 거예요…"

    하지만 통증은 끝끝내 이씨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토록 원했던 5.18 책임자 전두환 씨의 사과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이광영씨는 전 씨의 사망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자신의 고향에서 '아버지께 가고 싶다'는 뜻을 남기고 먼저 눈을 감았습니다.

    이 씨와 같이 5.18 이후 고통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5.18 유공자들은 지금까지 40여 명에 달합니다.

    MBC뉴스 양정은입니다.

    영상취재: 홍경석 / 목포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