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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300km 달려오니 바로 또 250km‥"운전대 잡기 두렵다"

[바로간다] 300km 달려오니 바로 또 250km‥"운전대 잡기 두렵다"
입력 2021-11-25 20:06 | 수정 2021-11-2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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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 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손하늘입니다.

    하루 3천 대의 화물차가 이곳 전남 광양항을 찾아 컨테이너 화물을 내려놓고 또 실어갑니다.

    전국의 화물 차량은 모두 42만 대.

    이렇게 큰 짐을 실은 데다, 좀처럼 속도를 줄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일반 운전자들에겐 공포의 대상입니다.

    그런데 하루의 절반 이상을 길 위에서 보내야 하는 화물차 운전자들 스스로도, 이렇게는 운전대를 잡기가 두렵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건지, 직접 이 화물차를 타고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13년 차 화물기사 서영인 씨.

    부산에서 전남 여수까지 약 180킬로미터, 3시간가량을 달려 컨테이너를 내려주면 43만 원을 받습니다.

    작년 초 거리에 따라 최저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가 도입돼 10만 원쯤 올랐습니다.

    덕분에 차에서 자는 일은 거의 없어져, 이불도 운전석 위로 치워버렸습니다.

    [서영인/컨테이너 화물차 운전자]
    "(예전에는) 매일 잤죠, 차에서. 다음 스케줄을 소화하려면 바로 마무리하고 또 올라가야 하는 거예요. 지금은 매일 집을 들어가죠."

    하지만 대다수 화물 기사의 사정은 전혀 다릅니다.

    철강 원료를 싣고 새벽 3시에 공장으로 달리고 있는 한 화물차.

    [여종구/25톤 화물차 운전자]
    "이 시각에 출발하면, 도착하면 (공장 문 여는) 8시에서 9시가 되죠. (통행료) 할인이 50% 되더라고요. 운송료가 적다 보니 그런 걸로라도‥"

    가로등도 없는 고속도로를 줄지어 가는 화물차 전조등들이 비춥니다.

    밤이 깊을수록 먼 길 가운데 잠깐의 휴식을 취하려는 화물차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우식/25톤 화물차 운전자]
    "3시간 정도는 더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졸음과의 싸움이 가장 큰 것 같아요."

    군산에서 부산까지 약 290킬로미터, 5시간 반 운전해 42만 원.

    앞서 본 컨테이너 차보다 100킬로미터 넘게 더 달렸는데도 운임은 오히려 1만 원 더 적습니다.

    안전운임제가 적용되고 아니고의 차이입니다.

    안전운임제가 적용되지 않는 화물은 직접 짐까지 싣고 내려야 하다 보니, 지친 몸으로 오른 한 평 남짓 운전석에선 졸음과 사투가 벌어집니다.

    [여종구/25톤 화물차 운전자]
    "지금 이 차 봐요. 왔다갔다 하잖아요. 흔들흔들. 이게 바로 졸음운전이거든요. 잠깐 졸면 사고 나는 거예요."

    25톤 화물차의 할부금만 3백만 원, 기름값에 요소수값까지…

    매달 군산과 부산을 12번 이상 오가며 한 달 26일을 차에서 자야 2백만 원 남짓을 손에 쥡니다.

    [여종구/25톤 화물차 운전자]
    "지금 남은 건 몸 아픈 것만… 화물차들이 할부 인생이라고 보면 돼요."

    부산 공장에 원료를 내려주자마자, 바로 일감이 있다는 무전을 받았습니다.

    1분도 못 쉬고 250킬로미터를 다시 달려야 하는데,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여종구/25톤 화물차 운전자]
    <어디서 어디 가는 일감이 잡힌 거예요?>
    "(부산) 신평에서 전주 가는거요. 오늘 운 좋게 바로 나왔네요. 도시락을 싸 왔어도 밥 먹을 시간이 없어요."

    화물차 기사 4명 중 1명은 과적을, 3명 중 1명은 과속을 하고, 절반은 졸면서 운전합니다.

    평균 노동시간 월 281시간, 일요일 하루만 쉰다 해도 하루 11시간 넘게 운전한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4월 제주에선 과적 화물차가 시내버스를 덮쳤고, 7월 전남 여수에선 화물차가 횡단보도를 덮쳤습니다.

    [백두주/한국안전운임연구단장]
    "이 분들의 작업장은 도로입니다. 당연히 화물노동자들의 안전은 일반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될 수밖에 없고‥"

    화물차 운전석 높이는 2미터.

    [서영인/컨테이너 화물차 운전자]
    <되게 높네요 운전석이.>
    "전방이 잘 보이잖아요. 보는 각이, 시각이 달라져요. (대신) 가까운, 근처에 있는 게 안 보여요."

    꼬박 이틀을 화물차 안에서 함께하고 나니 바로 이 운전석이야말로 노동 현장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물차 교통사고는 매일 75건, 하루 2명이 길 위에서 삶을 마칩니다.

    바로간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허원철/영상편집: 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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