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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밭 위에 심어진 가로수‥물 잘 빠지는 만큼 말라죽어

자갈밭 위에 심어진 가로수‥물 잘 빠지는 만큼 말라죽어
입력 2021-11-30 20:27 | 수정 2021-11-3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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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뿌리를 뻗지 못하거나 물이 모자라서 죽어 가는 가로수가 있습니다.

    빗물이 나무를 타고 흙으로 그리고 다시 나뭇잎을 거쳐 공기로.. 이렇게 물이 순환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면서 거액의 예산을 들여 가로수를 심었는데 오히려 나무들이 말라 죽고 있는 겁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환경 문제를 전문 취재하는 김민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 상업지역입니다.

    인도에 큰 콘크리트 상자가 묻혀있고 그 안에 가로수가 있습니다.

    위아래가 뚫린 상자 바닥에 자갈을 깔고 흙을 쌓은 뒤 그 위에 가로수를 심었습니다.

    빗물이 땅속으로 잘 스며들라고 만든 빗물침투시설입니다.

    환경부가 물순환 도시 사업 중 하나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자 안을 열어봤습니다.

    낙엽과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심은 지 7년이 지났지만 상자 속의 나무는 주변의 다른 가로수에 비해 훨씬 작습니다.

    빗물 침투시설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입니다.

    한눈에 봐도 발육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옆에 심어져 있는 다른 가로수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확연합니다.

    경기도 수원의 도심.

    이곳에도 작년에 빗물 침투시설을 설치하고 정원수인 삼색버드나무를 심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자라고 있는 나무는 거의 없습니다.

    비가 오면 물이 침투시설 안에 몰리지만 바닥에 깔린 자갈 때문에 금세 빠져버리기 때문입니다.

    뿌리를 내리기가 힘든 겁니다.

    [최병성/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장]
    "자갈을 깔았으니까 빗물은 들어가는데 비가 그친 다음이 문제예요. 비가 그치면 나무는 마를 수밖에 없다.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거에요."

    가로수가 죽자 아예 보도블록으로 다시 덮어버린 곳도 있습니다.

    [인근 주민/경기도 수원시 권선동]
    "여름 되면 모기는 모기대로 (생기고) 동네 쓰레기는 여기 다 들어갔어요. 세금으로, 정말 아니에요 이거는."

    물순환 도시 사업은 빗물을 땅속으로 골고루 침투시켜 먼지와 오염물질을 빨리 제거하고 도심의 온도도 낮추기 위한 겁니다.

    하지만 나무가 죽거나 죽어가면 그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최진우/'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대표]
    "뿌리가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도 저감이 되는 경우인데 나무가 없거나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면 그 기능도 이미 저하되고 있는 거고…"

    환경부는 물순환 도시에 적용된 공법이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며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공법 자체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식물이 자라갈 수가 없는 환경을 애초부터 만들어 준 것이죠. 관리가 잘못됐다 이런 얘기는 전혀 맞지가 않고요."

    전국 각지에서 이런 물순환 방식의 오염 저감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수천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내년에도 약 5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이성재 이관호 / 영상편집: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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