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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소송 당사자도 보고서 못 보게 하고‥4년째 시간 끌기

[단독] 소송 당사자도 보고서 못 보게 하고‥4년째 시간 끌기
입력 2021-12-02 20:25 | 수정 2021-12-0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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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저희는 어제 그동안 비밀 속에 숨어 있던 BMW 화재, 조사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불이 난 건 단순히 부품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설계 결함 때문이라는 게 보고서의 결론 이었습니다.

    3년 전, 소비자 2천6백여 명이 BMW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회사는 이 보고서의 공개를 막고 시간만 끌고 있습니다.

    이 거대 자동차 회사의 법률 대리인은 김앤장입니다.

    먼저, 홍신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2018년 7월 막 주차한 차에서 갑자기 불이 났습니다.

    3층 건물 높이로 검은 연기가 치솟았고, 2년밖에 안 된 차는 뼈대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차 주인 이광덕 씨는 아무 보상도 못 받았습니다.

    BMW가 내놓은 보상안은, 차를 새로 사면 할인해주겠다는 거였습니다.

    [이광덕 / BMW 화재 피해자]
    "자기들이 잘못한 거 인정을 했으면 대차 서비스라든가 아니면 대안을 내놔야되는데, 아무것도 솔직히 하지 않았잖아요."

    이 씨 같은 피해자들은 BMW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차가 불에 탄 사람들은 물론 운행정지명령으로 차를 몰 수 없었던 사람들까지 모두 2천6백명이 참여했습니다.

    BMW 독일 본사에는 차량 결함 책임을, BMW코리아에는 늑장 리콜 책임을 물었습니다.

    BMW는 대형 로펌 김앤장을 선임해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김앤장은 BMW코리아만 선임계를 내고, 독일 본사의 선임계는 내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변호인이 없으니 법원은 독일까지 직접 소장을 보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BMW 독일 본사는 소장 받기를 거부하며 시간을 끌었고, 결국 아홉달이 지나서야 소장을 받았습니다.

    이런 수법은 김앤장이 미쓰비시중공업 같은 일본 전범기업들을 변호할 때와 똑같습니다.

    [김정희 변호사 / 강제동원 피해자 법률대리인]
    "더이상 법원이 송달이 불가능하니 변론기일을 지정하겠다고 해서 변론 기일을 지정하면, 지정하기 바로 며칠 전에 소송대리임 위임장을 쓱 집어 놓고 소송에 참여하는 것이죠."

    재판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증거 감추기에 나섰습니다.

    "화재 원인이 단순한 부품 결함이 아니라 설계 결함"이라는 결론이 담긴 민관합동조사단의 보고서.

    김앤장은 이 보고서가 BMW의 영업 비밀이 담겼다는 이유로 비공개하고, 조사위원의 증인 채택도 막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런 요청을 다 받아줬습니다.

    [박명상 변호사 / BMW 피해자 법률대리인]
    "소비자 입장에서 특히 대기업을 상대로 제조 결함을 알아내기란 정말 어렵잖아요. 그래서 민관 합동조사단의 결과가 BMW 차주들의 유일한 증거 자료가 될 수 있는데"

    화재 원인도 왜곡했습니다.

    BMW는 "민관합동조사의 결론은 자기들이 밝힌대로 '화재 원인이 EGR 쿨러의 부품 결함'이 맞다는 걸 보여주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부품 교체 리콜을 했으니, 다 해결됐다는 뜻입니다.

    보고서를 보지 못하게 막아놓고, 보고서 내용을 왜곡하는 주장을 편 겁니다.

    재판은 지지부진했고, 3년이 지나갔습니다.

    [이광덕 / BMW 화재 피해자]
    "열람도 못하는데 어떻게 자료를 증빙해요. 그 시스템 자체가 너무 말이 안되고. 우리나라는 대기업을 못 이긴다,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 이런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국토부가 BMW코리아 법인과 임원을 고발한 사건 역시 3년이 지났지만, 검찰 수사는 아무 결론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홍신영입니다.

    영상 취재 : 이세훈, 남현택 / 영상 편집 :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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