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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유아용 안전막'으로 칼부림 방지?‥"고객님이 무서워요"

[바로간다] '유아용 안전막'으로 칼부림 방지?‥"고객님이 무서워요"
입력 2021-12-06 20:05 | 수정 2021-12-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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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정혜인 기자입니다.

    지난 여름 한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40대 남성이 수리기사에게 갑자기 흉기를 휘두르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해당 기사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아직도 오른손을 제대로 쓰지 못할 정도로 크게 다쳤는데요.

    이 직원뿐 아니라 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고객들의 거친 말과 행동에 고통받고 있다고 합니다.

    회사가 안전 대책을 내놨는데, 노동자들은 '이게 대책이냐'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무슨 사정인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8월, 삼성 서비스센터에 들어온 한 40대 남성.

    "나 죽여봐. 겁주는 거야? 내가 XX 무슨 잘못이 있어서 욕을 먹어야 해."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고 막무가내로 버팁니다.

    "죽여 죽여봐."

    그리고 1년 뒤 다시 나타난 이 남성은 고객과 상담하고 있던 수리기사의 뒤쪽으로 다가가 순식간에 흉기를 마구 휘둘렀습니다.

    머리와 어깨 등을 8군데나 찔린 한태수 씨.

    수술을 2번이나 받았지만 석 달이 넘도록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태수/피해 직원]
    "여기 손등이랑 손목이 안에 뼈가 다 으스러져서 뼛조각이 다 붙지를 않는대요. 잠을 자거나 그럴 때 오른쪽으로 돌지를 못해요."

    부인까지 사고를 목격해 함께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한태수/피해 직원]
    "고객님들을 대면하면서 잘할 수 있을지 그것도 좀 의문이 들어요. 또 나한테 어떤 짓을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사건 이후 회사는 해당 센터에 유리 안전문을 설치했습니다.

    나머지 전국 170여 개 센터에도 이른바 '안전 가림막'을 세웠습니다.

    가림막이 직원들을 지켜줄 수 있을까, 찾아가 봤습니다.

    직원 창구 양끝과 사이사이에 흰색 철장이 보입니다.

    그런데 고작 성인 무릎보다 조금 높아, 마음만 먹으면 뛰어넘을 수 있어 보입니다.

    한 곳은 아예 가림막 대신 대형 화분을 세웠습니다.

    다른 지점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직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오상교/서비스센터 직원]
    "그거 유아문이에요. 높게 점프하는 강아지들은 넘어가겠지만, 강이지들 못 넘어오게 가림막 치는 거 있잖아요. 그겁니다. 발로 뻥 차면 밀릴 걸요."

    실제로 검색해보니 '유아 안전문'이란 이름으로 3만 원 정도에 팔리는 제품이었습니다.

    그나마 한 지점은 안전문 4개 중에 3개가 그냥 열려있었습니다.

    [서비스센터 직원]
    "실질적으로 대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막을 거면 정말 확실하게 막는 뭔가를 해주든가…"

    회사 측이 내놓은 또 다른 안전대책은 비상벨인데, 누르면 팀장에게 연결되는 게 전부입니다.

    [한태수/피해 직원]
    "(비상벨을) 눌러봤는데 저기서 '삐'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팀장님이 또 자리에 안 계시더라고요. 그냥 이것도 보여주기식인가…"

    직원들이 안전 대책을 호소하는 이유는 고객들의 위협이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센터엔 누구나 드나들 수 있고, 직원들은 불만이 있는 고객들을 얼굴을 맞대고 응대해야 합니다.

    [고객]
    "어우 XX, XX XX. XX 그럼 내가 미쳐가지고 그렇게 해왔겠어? 어? 니가 시켰으니까 그랬지."

    고객이 깨진 태플릿PC를 집어던져 팔을 다쳤던 한 직원.

    [오건우/피해 직원]
    "(고객 폭언을) 한 번 세어봤어요. (어제 하루) 도가 지나치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고성은 네 번 정도…"

    승진과 월급이 고객들이 매기는 '만족도 점수'에 좌지우지 되다 보니 적극적인 대응도 어렵습니다.

    [오건우/피해 직원]
    "<참는 이유?> 첫 번째로는 고객만족도하고 성과적인 부분이 제일 큽니다. 저희는 거기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가 없어요."

    회사의 이른바 '블랙컨슈머' 매뉴얼에는 관리자를 부르거나 심하면 경찰 신고를 하라고 나와있지만, 실제 신고까지 하는 건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한태수 씨를 찔렀던 범인 역시 5년 넘게 해당 지점을 수시로 찾아와 소동을 일으켰지만, 그냥 방치하다 사고가 났습니다.

    [오상교/서비스센터 직원]
    "(어떤 고객은) '오른쪽 뺨을 때리면은 왼쪽 뺨도 내줘야 되는 게 회사다. 너희들이 잘못 만들었고 너희들이 잘못했으니까 뺨 맞아야 된다' 이거죠."

    직원들은 제대로된 안전문 설치와 청원경찰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데, 회사 측은 "가림막은 차차 정식 문으로 바꾸고 있고 청원경찰은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입니다.

    바로간다 정혜인입니다.

    영상취재: 허원철, 이준하 / 영상편집: 이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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