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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노모·조현병 딸·지적장애 아들‥그 집의 비극

정신질환 노모·조현병 딸·지적장애 아들‥그 집의 비극
입력 2021-12-10 20:30 | 수정 2021-12-1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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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겨울 도심 골목에 70대 노인이 옷도 걸치지 않은 채 집 밖으로 쫓겨나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노인을 내쫓은 사람은 조현병을 앓고 있던 40대 딸이었는데요.

    정신질환이 있는 어머니에, 조현병을 앓고 있는 딸, 그리고 지적장애 오빠까지.

    세 사람이 기초 수급으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관리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이번에도 비극을 막지 못했습니다.

    허현호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어제저녁 8시 반쯤, 전주 완산구 서신동의 한 다가구 주택.

    78살 할머니가 휠체어에 앉아 집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인근 주민]
    "엄마가 막 딸을 부르는지… 악, 악, 부르면서…"

    같이 살고 있던 47살 딸이 노모를 집 밖으로 내쫓은 뒤 문을 열어주지 않은 건데, 당시 할머니는 속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겉옷 하나만 걸치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쫓겨난 피해자는 이곳 집 앞 주차장에서 발견됐습니다.

    당시 전주의 기온은 9도였는데, 추위 속에서 1시간 반가량 방치돼 있었던 겁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할머니는 결국 발견 2시간 만에 숨졌습니다.

    경찰은 할머니가 저체온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료진의 소견 등을 토대로 딸을 체포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노모가) 냄새나는데 안 씻었다고 (그랬대요.) 지나가는 사람이 발견하고 문 두드리고 열고 했는데, 안 열려서 112에다 신고를 한 거예요."

    지난 2008년 조현병으로 정신장애 판정을 받은 딸은 정신 질환을 가진 노모와 중증 지적장애인인 오빠, 이렇게 셋이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기초 생활 수급자인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LH 전세임대주택을 지원받아 거주해왔습니다.

    [인근 주민]
    "이 집이 그래요, 원래. 오빠가 문 열어달라고 1시간 동안 문 두드리고, 간신히 경찰을 부르면 열어주고…"

    지난 7월부터는 노모의 상태가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힘들 정도로 급속히 나빠졌는데, 관할 주민센터는 넉 달이 지난 11월에서야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구청에 연계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고 당일에도 구청 직원들이 노인보호전문기관 등과 할머니의 병원 입원을 상의하기 위해 집을 찾았지만, 비극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주민센터 관계자]
    "요즘 강제 입원이 힘들어요. 근데 딸이, 어머니 병원에 절대 안 모신다고, 자기가 한다고…"

    경찰은 딸에 대해 존속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MBC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권회승/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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