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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N이슈] "지켜주지 못한 부모의 죄"‥대물림된 가난과 노동

[노동N이슈] "지켜주지 못한 부모의 죄"‥대물림된 가난과 노동
입력 2021-12-11 20:23 | 수정 2021-12-1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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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어제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스물네 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 김용균 씨의 3주기였습니다.

    저희 MBC 기자들이 지난 한 주 추모 기간 동안 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와 함께하며 속깊은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대를 이어 비정규직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던 용균 씨 가족의 사연은 지금도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는 수많은 노동 약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차주혁 기자가 전합니다.

    ◀ 리포트 ▶

    섬유공장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해 스물일곱 살에 얻은 외동아들.

    돌잡이로 연필을 쥔 아들만큼은 공장 말고, 꼭 공부를 시키자 했습니다.

    [김미숙/故 김용균 어머니]
    "애 아빠도 얼마나 애를 좋아하는지...닮았어요?"

    처음엔 분명 그냥 직원이었는데, 여기저기 회사를 옮기는 사이 비정규직이 됐습니다.

    하루 12시간, 맞벌이 부부의 삶은 고달팠습니다.

    어린 시절 용균 씨는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그냥 12시간씩 일 안 하고 8시간만 일하고 집에서 좀 그런 거 해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용균 씨가 고2 되던 해, 아버지는 회사를 그만둬야 했습니다.

    심근경색.

    과로 때문일 수도 있는데, 비정규직 처지에 산재 신청은 엄두도 못 냈습니다.

    "완전히 죽다 살아났죠. 그래서 심장에 스텐트 수술하고, 그다음부터는 혼자 걷지도 못했어요."

    혼자 일하는 엄마 때문인지, 그렇게 가고 싶다던 4년제 대신 전문대학 전자과에 갔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시작된 취업 전쟁.

    수십 번의 불합격 끝에 한 중소기업에 겨우 붙었지만, 한 달 뒤 채용이 취소됐습니다.

    대신 소개받은 곳이 태안화력발전소였습니다.

    "합격했으니까 혹시 다른 아는 일자리 소개해 달라고 그랬더니 태안 거기를 알려준 거예요."

    하청업체 비정규직.

    부모의 신분은 그대로 대물림됐습니다.

    한 달 만에 핼쑥해진 아들은, 힘들면 그만두라는 엄마를 오히려 설득했습니다.

    "회사도 어렵게 구했는데, 거기 나오면 또 갈 데도 없고. 용균이가 하는 말이 참을 때까지 참아보고 그래도 안 되면 나오겠다.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현장에서 용균이가 사고당했을 때 아무도 구해주지 못하는 그 상황에서 얼마나 아우성치며 살려고 했을까 그것만 맨날 생각이 나요."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다.

    거길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회사의 대답은 3년째 그대로입니다.

    "그때 회사가 용균이 잘못으로 몰고 가려고 해부를 하자고 그랬었어요. 용균이 술 먹고 들어와서 일한 거 아니냐고. 해부해 봤는데 너무 깨끗해요. 자기 자식이라면 그렇게 했을까."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3년째 변함없는 추모 구호는 김용균 씨 세 가족의 삶, 그리고 우리의 노동 현실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습니다.

    [김미숙/故 김용균 어머니]
    "용균이가 너무 보고 싶고 너무나 미안합니다. 지켜주지 못한 것이 부모의 죄 같습니다. 조금 더 좋은 집안에 태어났으면 이런 일 안 겪을 건데, 없는 것도 죄인가요?"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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