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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뇌종양·유방암‥산재 판정 기다리다 죽는 반도체·LCD 노동자들

[집중취재M] 뇌종양·유방암‥산재 판정 기다리다 죽는 반도체·LCD 노동자들
입력 2021-12-13 20:07 | 수정 2021-12-1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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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암 같은 질병을 얻은 사람들.

    하지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는 게 너무나 어렵습니다.

    2-3년씩 결과를 기다리다가 판정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취재해 보니, 제도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먼저 이유경 기자의 보도부터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2010년 삼성전자 천안 LCD 공장에 입사한 박찬혁 씨.

    생산 장비 점검을 담당했습니다.

    공장 곳곳은 강한 전자파와 방사선을 내뿜는 기계들로 가득했습니다.

    입사 전 6년 동안 포병 부사관으로 복무할 정도로 건강했지만, 입사 4년 만에 뇌종양에 걸렸습니다.

    [故 박찬혁 씨 부인]
    "일하는 내내 나쁜 공기, 냄새 이건 말할 것 없고 두통 같은 것도 많이 호소했었고요."

    수술을 받았지만, 후유증으로 뇌전증이 생겼고, 뇌종양도 재발했습니다.

    박 씨는 업무상 재해를 신청했습니다.

    삼성 LCD 천안공장에서는 이미 두 명의 노동자가 뇌종양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습니다.

    금방 나올 줄 알았던 판정 결과는 2년 넘도록 나오지 않았습니다.

    삼성이 이미 LCD 사업 철수를 선언한 뒤라, 제대로 현장 조사할 공장조차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박 씨는 판정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지난달 28일 사망했습니다.

    37살이었습니다.

    [故 박찬혁 씨 부인]
    "이미 말조차 할 수 없고 호흡기에 간신히 생명을 맡겨야 되는 상황에서 천안 아산 LCD 공장을 방문을 하자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너무 속상했죠."

    같은 천안 공장에서 일했던 여귀선 씨.

    밤샘 교대근무를 하며 화학물질을 다루다, 건강이 악화돼 7년 만에 그만뒀습니다.

    4년 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여 씨도 업무상 재해를 신청했습니다.

    [故 여귀선 씨 남편]
    "근무 기간도 짧지 않고 그 정도면 조금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기대감이 좀 많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역학 조사가 문제였습니다.

    2년 가까이 결과를 기다리던 여 씨 역시 지난 9월 6살 아들과 남편을 두고 사망했습니다.

    [故 여귀선 씨 남편]
    "무엇 때문에 지금 역학조사를 지금 못하고 있다거나 하는 통지가 한 번도 없어요. 그러니까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 힘든 것 같아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같은 첨단산업 공장에서 발생하는 질병은 원인 증명이 쉽지 않습니다.

    우선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공정이 금방금방 바뀌어, 현장 조사가 어렵습니다.

    사용하는 화학 물질 대부분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종란 노무사/ 반도체 노동자 지원 단체 '반올림']
    "800종의 화학제품 중에서 영업 비밀이라고 해서 성분이 밝혀지지 않은 게 400~500종이에요. 절반이 영업 비밀이에요. 그러니 사실 밝힐래야 밝힐 수도 없고…"

    이러니 조사가 오래 걸립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업무 지침은 역학조사를 6개월 안에 끝내도록 돼 있지만, 이 기한을 넘겨 계속 기다리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노동자가 12명에 달합니다.

    유방암 5명, 백혈병 2명, 루푸스 2명, 골육종, 신부전증, 뇌종양이 한 명씩입니다.

    MBC 뉴스 이유경입니다.

    영상취재: 이세훈 한재훈 / 영상편집: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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