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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개미에 풍수해까지‥문화재 위협하는 기후변화

흰개미에 풍수해까지‥문화재 위협하는 기후변화
입력 2021-12-13 20:21 | 수정 2021-12-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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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기후 변화가 문화재 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날이 더워지면서 목재에 치명적인 흰 개미가 늘었고 전에는 겪어 보지 못할 정도의 집중 호우나 태풍 때문에 문화재가 훼손되고 있는 겁니다.

    수백 년을 견디어 낸 문화 유산은 한 번 훼손되면 복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그 실태를 환경 문제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김민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검고 작은 곤충 수 백마리가 건물 목조 기둥에 달라붙어서 움직입니다.

    번식을 위해 날개가 돋고 검게 변한 흰개미들입니다.

    방 안쪽 장판 아래쪽에는 하얀색 일개미들이 드글거립니다.

    지난 5월, 전남 진도의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인 운림산방에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이 건물은 집중호우로 처마가 무너진 데다 흰개미 피해까지 더해져 전체를 해체 보수하는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박상률 / 진도군청 시설경영팀장]
    "(흰개미가 목재를) 전부 다 먹어치우는 상황이었고 건물의 안정성에도 또 위험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서울의 경복궁과 종묘를 비롯해 조선왕릉에서도 흰개미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흰개미는 봄철에 번식하는데 기후변화로 봄이 빨라지면서 개체수가 많아지고 활동영역도 전국적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만 흰개미라고도 불리우던 외래종 '집흰개미'의 유입도 확인됐습니다.

    [강대일 교수 /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대만흰개미(집흰개미)가 목조 문화재에는 아주 치명적인 거거든요. 기후변화에 따른 온도 상승에 의해서 외래종이 유입된거죠."

    흰개미는 땅속으로 다니고 목재 안쪽을 갉아먹기 때문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조사에선 전라도 지역 국가지정문화재 61건 중 43건에서 흰개미 피해가 확인됐는데, 이미 전국 대부분의 목조 문화재가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후변화로 더욱 빈번해지고 강력해진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문화재 피해는 더 심각합니다.

    전남 해남 두륜산의 대흥사.

    신라시대 세워진 고찰로 유네스코 세계 유산입니다.

    넓은 산간 분지에 자리잡아 조선시대부터 '삼재불입지처', 수재와 화재, 전쟁이 미치지 못하는 터로 알려진 곳입니다.

    하지만 지난 여름을 포함해 벌써 여러 해째 비와 태풍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 계곡을 따라 야트막한 돌담이 있던 곳인데요.

    집중호우로 계곡물이 불어나면서 돌담 상당부분이 무너졌습니다.

    [박명규 / 대흥사 종무실장]
    "(스님과 주민들이) 한 3,40년 동안 여기 계시면서 처음 보는 비 피해였다고 하십니다."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전체 유형문화재 풍수해 피해 490건 중 45.1%인 221건이 최근 3년 동안 발생해 증가 추세입니다.

    [조상순 연구관 / 국립문화재연구소]
    "(그 동안) 겪어왔던 태풍이나 홍수보다 더 강한 태풍이 온다거나 더 잦은 비율로 발생하면 당연히 문화재는 손상을 입을 수 밖에 없죠."

    기후변화로 강력해지는 산불도 문화재를 위협하고 있고, 해외에서 큰 문제가 되는 곰팡이나 해수면 상승에 의한 피해도 장차 국내 발생이 우려됩니다.

    [강대일 교수 /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기후변화로 인한 문화재 피해가) 인간 사회활동하고 똑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온도 변화와 습도 변화는 모든 문화재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수 백년 넘게 비바람을 견뎌낸 문화유산들이 불과 수십년의 기후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스러질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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