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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죽어라"‥혐한에 맞선 재일 한국인들

"바퀴벌레"·"죽어라"‥혐한에 맞선 재일 한국인들
입력 2021-12-18 20:30 | 수정 2021-12-1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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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바퀴벌레, 야생동물, 한국인은 죽어라 이런 표현들은 지금도 재일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에게 듣는 공개적인 혐오발언들 중 일부인데요.

    재일 한국인들은 이런 차별과 혐오를 통해 고통을 받으면서도 그에 맞서고 있습니다.

    고현승 특파원이 생존과 존엄을 위해 맞서 싸우는 재일 한국인들을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욱일기를 내건 우익단체들의 집회, 경찰 저지선 밖까지 나와 소동을 벌입니다.

    [우익 시위자]
    "죽을 만큼 싫다. 너희들 바퀴벌레 조센징이."

    맞은 편에서 더 많은 시민들이 더 큰 목소리로 맞섭니다.

    "인종차별주의자 물러가라!"

    이런 차별 반대 운동의 중심엔 재일 한국인 3세 최강이자 씨가 있습니다.

    6년 전 한인타운까지 몰려와 혐오를 쏟아낸 우익들의 행태를 견딜 수 없었습니다.

    [최강이자/재일 한국인 3세(2016년)]
    "언제든 어디서든 누구에 대해서든 헤이트스피치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힙겹게 타국 생활을 견뎌온 재일 한국인들에겐 큰 상처였습니다.

    [박춘수 / 재일 한국인]
    "(우익들이) 가라고 가라고. 한국 사람들 가지 왜 여기서 사냐고. 분하고 막 살이 벌벌 떨렸죠. 눈물이 막 철철 났어요."

    최씨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운동에 나섰고, 2016년 헤이트스피치 해소법 제정, 2019년 헤이트스피치 처벌 조례를 이끌어냈습니다.

    최씨와 가족들은 표적이 됐습니다.

    [최강이자 / 재일 한국인 3세]
    "바퀴벌레 사체가 우편으로 배달돼 왔습니다. 목을 자른 바퀴벌레 사체..'죽어라'라고 써 있었습니다."

    언제 습격을 당할지 몰라 최씨는 항상 방검복을 입고 다닙니다.

    "칼로 찔러도 다치지 않도록 옷 안에 (방검복을) 입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입고 있습니다. (우익들이) 어떤 짓을 한다면 표적이 되는 건 누구겠습니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익명의 가해자를 찾아내 소송전을 벌이는 한편 실효성있는 차별금지법을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피해를 당해서 고통스러운데 가만히 있으면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일본 사회는 좋은 쪽으로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부동산 대기업인 후지주택.

    자이니치는 죽어라. 야생동물이다.

    2013년부터 한국인 비하 문서를 하루가 멀다하고 전 직원에게 배포했습니다.

    이마이 회장의 지시였는데, 우익 성향 기사 등에 직접 밑줄과 동그라미까지 쳤습니다.

    직원들에게 감상문도 제출하게 하고, 혐한이 두드러진 글은 회람시켰습니다.

    견디다 못한 재일 한국인 3세 A씨는 결국 회사와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를) 고급 창부나 매춘부라고 쓴 자료를 계속 나눠줘서 너무 괴로웠습니다. 이런 끔찍한 자료들이 산처럼 많았습니다.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1, 2심 모두 승소..

    법원은 피해를 모두 인정하고, 1천3백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회사측에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회사측은 직원 교육 차원일 뿐이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상고했습니다.

    [A씨 / 재일 한국인 3세]
    "(대기업이) 이런 짓을 한다면 이상한 것이 당연한데, 그렇게 보지 않는 게 일본의 현실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들의 싸움엔 양심적인 일본인들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오사와 에미코 / 차별반대단체 회원]
    "일본인도 당할 수 있는, 다른 차별을 조장하는 것을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0만 명에 이르는 재일 한국인들은 지금도 우경화돼가는 일본에서 차별과 혐오에 고통받고 또 맞서싸우고 있습니다.

    이들의 싸움은 스스로의 생존과 존엄을 지키는 것을 넘어 일본 사회에도 작지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오사카에서 MBC뉴스 고현승입니다.

    영상취재 : 이장식 김진호(도쿄) / 편집 : 조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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