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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독박 돌봄'의 늪‥"믿고 맡길 곳이 없다"

[집중취재M] '독박 돌봄'의 늪‥"믿고 맡길 곳이 없다"
입력 2021-12-20 20:05 | 수정 2021-12-2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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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아픈 가족을 돌보다 끔찍한 살인에까지 이르는 가슴 아픈 사건들이 최근 잇따르고 있죠.

    급격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간병, 그리고 돌봄은 어느 가정도 피해 가기 어려운 큰 부담일 수밖에 없는데요.

    그 무거운 짐을 온전히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돌봄 가족들의 고통을 오늘 깊게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조재영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반지하 방.

    [이현민(가명)/20대 돌봄가족]
    "<속 답답하고 어지러운 약 줘.> 이거? <응.> 물 줘? <응.> 한 번 더 마셔."

    지병이 많아 하루에도 여러 번 약을 먹는 할머니를 챙겨주는 21살 손자 현민 씨.

    아픈 무릎과 어깨를 주물러 드리는 것도 중요한 일과입니다.

    [현민 할머니]
    "보석보다, 돈을 한 뭉텅이 한 보따리 내 앞에 (놓고) '이거 가질래?' 그래도 손자죠. (손자가) 내 약값은 한꺼번에 몇만 원씩 주면서도 손자에게 내가 고기라도 사서 맘대로 못해주고…"

    두 사람은 현민 씨 부모가 4살 때 이혼한 뒤부터 한 방에서 한이불을 덮고 쭉 같이 살았습니다.

    매달 수급비를 포함해 1백만 원 정도로 생활해 왔는데, 얼마 뒤 현민 씨가 입대를 하면 할머니만 혼자 남습니다.

    "왜 자꾸 울어. <네가 있으니까 이렇게 해주는데 네가 없으면 누가 해주냐고…>"

    "엄마, 엄마. 나 누구야? 엄마… <아, 몰라. 나도…>"

    98살 치매 어머니, 딸은 67살입니다.

    딸 역시 갑상선 질병과 골다공증 환자지만 20년째 어머니를 혼자 돌보고 있습니다.

    [이 모 씨/60대 돌봄가족]
    "(엄마가) 지팡이로 막 때리고 그래요. 간호하는 사람도 병이 자연으로 오는 거 같기도 하고… 엊저녁도 진짜 엄마 붙잡고 막 울었어요."

    남편도 5년째 다른 집에서 치매에 걸린 88살, 91살 시부모를 혼자 모십니다.

    [최 모 씨/60대 돌봄가족]
    "저분들 돌보다가 내 인생 다 가는 거라 생각하니까 이게 언제까지 내가 이렇게 해야 되나…"

    돌봄가족 2명 중 1명은 "집에서 혼자 돌본다"고 했고, "돌봄 대상 노인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기 어렵다"는 경우가 24%나 됐습니다.

    24시간 '독박 돌봄'의 굴레에 갇혀있는 겁니다.

    요양보호사 등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경우는 3명 중 1명뿐이고, 시설은 막상 찾아보면 적당한 곳이 많지 않습니다.

    요양병원이 해마다 늘어도 1등급은 5곳 중 1곳이라, 이런 시설은 수년씩 기다려야 합니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직접 운영하는 요양원은 전국에 단 1곳뿐이라, 대기자가 1,500명이 넘습니다.

    [심형래/초록우산어린이재단관장]
    "가족의 돌봄은 가족이 책임져야 된다는 그런 인식들이 굉장히 강했죠. 국가적으로도 관심이 부족해서 실태 조사도 안 되고… 일종의 사각지대라고 할까요."

    한 조사에서 돌봄 기간은 평균 8년.

    돌봄을 담당한 가족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은 10점 만점에 5점을 겨우 넘길 정도로 열악했습니다.

    [이현민/20대 돌봄가족]
    "아,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되나… 진짜 답답하기도 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어요. 되게…"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이종혁 허원철 윤병순 / 영상편집: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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