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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서 숨진 서울대 청소노동자‥"과로와 갑질 때문"

기숙사서 숨진 서울대 청소노동자‥"과로와 갑질 때문"
입력 2021-12-27 20:14 | 수정 2021-12-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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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여름, 서울대 기숙사를 청소하는 50대 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동료들은 청소 업무도 과중했지만 왜 필요한지 모를 한자 시험, 영어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폭로했습니다.

    결국, 이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됐습니다.

    정혜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6월, 서울대학교 기숙사를 청소하던 59살 이 모 씨가 휴게실에서 잠시 쉬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기숙사 4층짜리 건물 전체를 2년 가까이 혼자 담당하며, 화장실과 샤워실 청소에 쓰레기 처리까지 도맡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음식 배달과 택배가 늘면서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5~6개를 매일같이 혼자 옮겼습니다.

    여기에 새로 관리팀장이 오면서 '갑질'까지 더해졌습니다.

    학교 기숙사가 언제 개관했고 교내 건물명이 영어로 뭔지, 청소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을 본 겁니다.

    [동료 청소노동자]
    "예고도 없이 갑자기 시험을 봤습니다. (관악서를) 한자로 쓰시오, 영어로 쓰시오. 점수가 공개돼 동료들 앞에서 창피를 당했습니다."

    팀장은 회의를 소집하면서 '정장이나 멋진 모습으로 오라'는 황당한 지시도 했습니다.

    서울대 측은 처음엔 이런 지시들이 문제가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며 담당 팀장을 전보만 시켰다가, 뒤늦게 총장이 사과하고 경징계를 내렸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습니다.

    "주 6일 근무로 휴일이 부족했고 학생 196명이 있는 한 개 동을 혼자 청소한 건 과중했다"는 겁니다.

    여기에 직장 내 괴롭힘이 6월 한 달 동안 집중돼 추가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홍구/유가족]
    "오랜 기간 굉장히 힘든 과정들을 겪었고, 학교도 근로자들을 대할 때 한번이라도 괜찮은 일인지 고민을 하면서 근로자들을 대하겠죠."

    유족은 성실한 노동자가 학교 측 책임으로 숨진 사실이 확인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혜인입니다.

    영상취재: 나경운 / 영상편집: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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