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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현장] "밥먹을 시간도 없어요"…자가 격리 '대란'

[투데이 현장] "밥먹을 시간도 없어요"…자가 격리 '대란'
입력 2021-01-18 07:32 | 수정 2021-01-1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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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요즘 자가격리자들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은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바쁘다고 합니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을 거치면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만큼 자가격리자들도 따라서 급증했기 때문인데요.

    불만섞인 민원을 달래야 하는 건 물론 혹시나 자가격리자가 이탈할까봐 퇴근을 해도 맘 편히 쉴 수가 없다고 합니다.

    자가격리 대란이 벌어진 수도권 상황, 정동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자가격리는 코로나 확진자와 2미터 거리 이내의 접촉이 있었을 때 또는 해외에서 입국했을 때 시작됩니다.

    자가격리대상자와의 첫 전화 통화.

    "(확진자와) 같이 식사를 했는데 (격리 대상자란) 연락이 안왔다는 거죠?"

    "해외 입국자시죠? (검사) 예약 한 번 해드릴게요."

    자가격리자는 물론 전담 공무원에게도 2주간의 힘겨운 레이스가 시작됐습니다.

    "물품 하나랑 (위생)키트 하나 맞으시죠?"

    첫번째 관문은 소독약과 체온계 등의 위생 용품과 식료품이 담긴 구호 물품을 배달하는 겁니다.

    자가격리자 구호용 물품은 주변 이웃들의 불안감을 방지하기 위해 이렇게 아무 표시가 없는 일반 택배 박스에 담겨 전달됩니다.

    즉석밥과 쌀, 생수와 라면 등이 든 구호용 물품 박스는 10만원의 생활지원금 대신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15kg에 육박하는 무게.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나 고지대에 배달을 갈 때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장가영/양천구청 주무관]
    "고지대나 계단이 많은 곳으로 배정할 때는 아 이거 어떻게 배정하지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배달을 마치면 밖으로 나와서 확인 전화를 겁니다.

    감염 위험이 있는 자가격리자와 마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 앞에 물품 갖다 놨거든요."

    그 다음부터는 시간과의 전쟁.

    주말도 없이 매일 전화로 건강 상태를 일일이 체크해야 하는 건 물론, 24시간 걸려오는 자가격리자들의 개인적 고충도 처리합니다.

    [신영주/양천구청 주무관]
    "욕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우시는 분들도 있었어요.힘들다고… 상비약도 사주면 안돼냐, 그러면은 개인적으로 사다드릴 때도 있었고요."

    때때로 난감한 요청을 하는 자가격리자들도 있습니다.

    [김민규/양천구청 주무관]
    "담배라던가 뭐 술 그런거, 좀 그런 거를 많이 요청하셨죠. 비대면 원칙이기 때문에 (안 되는 점을) 잘 좀 이해를 해달라고…"

    가장 큰 걱정은 격리지를 이탈하는 사람들입니다.

    진단 검사를 받으러 선별 진료소를 찾는 것 이외의 모든 격리지 이탈은 불법입니다.

    [이아람/양천구청 주무관]
    "근처 공원에서 흡연 후에 집으로 돌아오신 상황이었습니다. 멀리 무단 이탈을 하는 경우에는 저희가 대부분 고발 조치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업무나 핸드폰 고장 등 이탈 사유도 다양합니다.

    휴대폰 실시간 추적에, 불시 점검도 이뤄지지만 모든 이탈을 막기는 역부족입니다.

    이탈 사실을 숨기려고 꼼수를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동석/양천보건소 이탈 관리 담당]
    "(추석 때) 카드를 이용하면 카드 내역이 걸리기 때문에 현금을 이용해서 택시를 타고 KTX를 타고… 핸드폰을 두고 나가셨기 때문에 위치 추적도 정확하게 되지가 않고요."

    혹시 관리에 빈틈이 생기진 않을까, 마음 졸이며 보낸 14일이 지나면, 무사히 자가격리는 해제됩니다.

    "내일 오후 12시 지나서가지고 외출 가능하시고요.처음에 주황색 봉투 드렸잖아요. 거기에다가 (폐기물은) 다 담으셔가지고…"

    마치 졸업을 시키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전서희/양천구청 주무관]
    "14일 동안 잘 수칙지켜주시고 하셔서 제가 더 감사했고요. 다들 많이 힘드실텐데 저희도 같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다같이 좀 기운 내시고…"

    관리를 하는 사람이든 관리를 받는 사람이든 14일의 자가격리가 힘겨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자가격리 경험자]
    "음성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자가격리 기간이 긴 거 아닌가.호흡기 증상이 없는데도 굳이 14박 15일씩 해야되나…"

    본래 업무에 자가격리 관리가 더해지면서 이어지는 야근과 특근, 그리고 불만에 가득 찬 민원 전화들.

    코로나가 가져온 추가 업무를 어떻게든 견뎌 내야 겠지만 최소한의 존중만큼은 다소 아쉽다고 합니다.

    [이정화/양천보건소 간호사]
    "화장실 갈 시간 물 먹을 시간 없이 일하고 있어요.(검사 결과 빨리 안나온다고)너희는 왜 그런 식으로 일을 하느냐,책임자 바꿔라, 책임자 이름 대라, 너 이름대라… 아마 저희도 오래살 거에요, 욕 많이 먹어서…"

    작년 가을 3만명 대를 오르내리던 자가격리자 수는 지난해 12월 최고 8만4천여명까지 늘었습니다.

    코로나 환자를 살려내기 위한 의료진의 희생과 함께, 자가격리 대란을 치르는 전담 공무원들의 남 모를 고충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정동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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