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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현장] "끼니 걱정" 코로나 난민들…"그냥 드려요"

[투데이 현장] "끼니 걱정" 코로나 난민들…"그냥 드려요"
입력 2021-01-25 07:37 | 수정 2021-01-25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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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코로나 사태는 우리사회 많은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한때는 사장님, 직장인이었던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생계 위기에 내몰리며 코로나 난민이 돼가고 있는 지금, 취약계층을 따로 분리하기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사람들을 위한 구제방안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닙니다.

    기존의 복지 시스템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조건 없이 생필품을 지원하는 복지 실험이 최근 시작됐습니다.

    코로나가 만든 복지 사각 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사연을 정동욱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영하 10도에 가까운 강추위를 피하기 위해 온몸을 중무장한 사람들.

    등산복 차림의 어르신부터, 롱패딩을 입은 젊은 층까지 세대도 성별도 제각각입니다.

    아무런 확인 절차 없이 밥과 쌀, 반찬거리, 생필품 등을 무료로 준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몰린 겁니다.

    눈보라가 치는 강추위 속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줄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대기 줄이 엉키고, 번호표 순서가 지켜지지 않으면서 급기야 실랑이도 벌어집니다.

    "뭐, 거지도 아니고…"

    한 달 여 전 시작할 때 한 개 지점 당 하루 4-5명 이었던 경기도 ‘먹거리 그냥 드림 서비스’의 이용객은 하루 100명이상으로 급증했습니다.

    "쌀이랑 참치 이렇게 바로 드실 수 있는 거,그리고 음료수…"

    온 사람들의 사연은 각기 다르지만 푸드뱅크에 줄을 선 경험은 처음입니다.

    자녀의 생리대를 대신 챙기는 어머니,

    "이거는 중형인가?"

    가장 역할을 하던 딸이 최근 실직했습니다.

    (처음 와보신거죠?)
    "네 저는 일이 없고 집에서 노는 데 제 딸이 알바해서… 일이 없어."

    석 달 전 생업인 청소 일을 그만둔 할아버지.

    "여기서 어르신 필요한 거를 골라가세요."

    업체는 고령인 할아버지에게 겨울철 야외 노동은 위험하다며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밥이라도 한 숟갈 먹으려면은 그래도 뭔가가 있어야지 제대로 먹지. 그렇지 않으면 만날 간장이나 된장이나 발라서 먹는데...일이 끝나고 나니까 더 힘들죠. 나도 생기는 것도 없고…"

    꿈을 안고 온 한국, 계속되는 실직과 차별에 힘겨워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있습니다.

    "식당에서 일해요, 코로나 때문에 일은 많이 없어요."
    (일이 없는 지가 얼마나 되신거에요?)
    "몇 개월 됐어요. 나 외국인이니까 먼저 잘렸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 하기 꺼려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소득이 감소한다든지..)
    "(지인들한테) 급하게 연락받고, 있는 것도 몰랐어요, 저는."

    생계가 어렵다는 사실을 공개하면 부정적인 인상을 받게 된다는 '낙인 효과' 를 걱정해서 입니다.

    휴대폰 번호 이외의 신분 확인이 없는 '그냥 드림 서비스'가 뜨거운 반응을 받은 이유입니다.

    '기부'나 '무료 지급' 대신 ‘공유’라는 표현을 통해 거부감을 낮추기도 합니다.

    이웃 주민이 남는 음식을 자발적으로 채우고 누구나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는 수원시 ‘공유 냉장고’

    [이용객]
    "집에서 사용 안하는 것 재료 다 이 안에 넣고…"

    소득 수준과 관계 없이 이용이 가능하지만 사정이 어려운 이웃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인터넷 지원 신청을 할 필요가 없고, 공공기관처럼 수급 자격을 일일이 따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있지만 멀리 살고 있어 부양을 받기 어려운 할아버지 등입니다.

    "슬슬 운동할 겸해서 박스 주으러 다니면서 가져가고.. 그 것(공유냉장고) 때문에 먹고 살어."

    코로나 사태의 심화에 따라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공유 냉장고의 이용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김가영/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전에는) 특정 대상을 취약 계층이라고 했다면 요즘에는 누구나 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어서. 그 사람의 신분이나 경제적 여건을 따지지 않고 누구나 이용하실 수 있도록…"

    주민들의 요청이 쇄도하면서 지난 8월 14곳이던 공유 냉장고는 26곳까지 증가했습니다.

    [곽상희/공유냉장고 운영자]
    "자제 분들이 코로나 전에는 이제 노동일이라도 나가셔서 벌으셔가지고 (부모님을) 도와주시고 이러셨던 것 같은데..오히려 여기 오셔서 자제 분들 것까지 챙겨가지고 가시는 분들도 있으세요."

    갑작스런 불황으로 1년 만에 사장님에서 구직자로, 근로자에서 실업자로 '코로나 난민'이 되어버린 사람들.

    코로나가 만든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사회 복지 실험이 실의에 빠진 시민들의 재기를 도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MBC뉴스 정동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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