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상자에 마약이"…경찰 '늑장 수사' 논란

◀ 앵커 ▶

새벽 4시에 화장품을 퀵서비스로 서울에서 대전까지 배송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고 하는데요.

수상한 낌새에 택배기사가 기지를 발휘해 신고해보니 상자 속에선 마약 성분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경찰은 용의자 확보에도 나서지 않아 늑장 수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홍의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6일 새벽 4시쯤, 퀵서비스 기사 이 모 씨는 배달 의뢰를 받았습니다.

[퀵서비스 기사-배송자]

"바로 가시면 될 거 같아요, 최대한 빨리."
"이거 물건이 뭐죠?"
"그냥 뭐 화장품 같은데요, 박스에 들어있어가지고."

그런데 상자는 청테이프로 칭칭 감겨 있었고, 화장품이라기엔 너무 가벼웠습니다.

[이 모 씨/퀵서비스 기사]
"화장품인데 어떻게, 왜 청테이프로 이렇게 돌돌 감아놨지? (흔들어보니) 미세하게 '슥슥슥', 봉지 굴러가는 소리…"

뭔가 이상했지만 일단 기차를 타고 배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배송을 받을 사람은 집요하게 전화를 걸어 현재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퀵서비스 기사-수령자]
"보낸 사람에게 제가 화가 많이 나 있어요. 계속 거짓말 거짓말… 제가 그거 지인에게 얼른 주고 저도 빨리 가야하거든요."
"저도 빨리 가려고 서두르고 있는 거예요."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이씨는 "수상한 상자를 배송 중인 것 같다"며 열차 승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승무원의 신고를 받고 대전역에서 대기하던 경찰은 배송 의뢰자에게 상자속 물건을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자 의뢰자는 말을 바꿨습니다.

[철도경찰-배송자]
"장난친다고 화장품이라고 뻥치고, 14일이 발렌타인데이였잖아요. 안에 빼빼로랑 초콜렛 몇 개 넣어놓고."
"'장난친다'고요?"

경찰이 간이 마약검사를 한 결과 청테이프로 감긴 상자에선 마약류인 '케타민' 성분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대전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성분 분석이 먼저라며 용의자 확보에도 나서지 않아 늑장 수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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