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아파트 경비원 미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밥 먹는데 밥상을 엎고, 가만 있는데 그냥 뒤통수를 치고 가고. 밥줄이 달렸기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경비원들이 하나 둘씩 그간 억울했던 사정을 폭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재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60대 입주민이 휘두른 몽둥이에 머리와 어깨를 다친 경비원.
[A 경비원]
"그분이 술을 먹고,그러면서 방망이를 나한테 휘둘렀고…"
난동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본인이 사는 곳 뿐만 아니라 옆 동과 앞 동의 경비원들에게까지.
'갑질'은 일상이었습니다.
경비원들이 식사 중인 지하실까지 쫓아 들어와 밥상을 뒤엎는 일도 있었습니다.
[B 경비원]
"왜 경비를 하느냐, 참 X같이 생겼다. 뒤통수를 한 대 팍 치는 거야, 밥 먹고 있는데. 입주자들은 몰라요."
폭언과 폭행이 몇 년째 계속됐지만 아파트 관리소는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아파트 관리소장]
"몰랐어요. 조용할 때도 있고, 알아서 처리를 하시니까 경비 아저씨들이…"
경비원들이 알아서 조용히 처리해야 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경비원 대다수는 60~70대의 3개월 초단기 계약직.
입주자대표회의가 정한 하청 업체를 통해 석 달에 한 번씩 계약 연장 여부가 결정됩니다.
그런데 세입자가 다수인 이 아파트에서 가해자는 몇 안되는 소유주였고, 입주자 대표회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겁니다.
[C 경비원]
"그분이 '골드 회원'이라고요. 다 전세 아니면 사글세, 그분은 20% 안에 드는 자가인이세요. 계속 당하면서도 참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오는 5월부터는 공동주택법 시행령에 따라 아파트 자체적으로 경비원 괴롭힘을 금지하는 규약을 만들어야 합니다.
즉, 입주민들이 경비원들의 신고를 받아,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하지만 초단기로 생사여탈권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경비원들이 주민들에게 신고하기란 불가능하단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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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때리고 밥상 엎어도…"계약 연장 안될까봐 참았다"
때리고 밥상 엎어도…"계약 연장 안될까봐 참았다"
입력
2021-02-23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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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1-02-2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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