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한 20대 골프장 캐디가 관리직원의 지속적인 갑질에 시달리다 숨졌습니다.
최근 특수고용직 종사자로선 처음으로 직장 괴롭힘이 인정된다는 노동부 판단이 나왔지만 가해자는 처벌할 수 없고, 산재 인정도 어렵다고 합니다.
홍의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골프장 캐디로 1년 남짓 일했던 28살 배 모 씨는 지난해 9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고인이 남긴 휴대전화엔 '캡틴'이라는 캐디 관리자의 지속적인 괴롭힘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저만 보면 괴롭히듯 장난인 듯 툭툭 내뱉는 말'에 '수없이 상처' 입고, '만신창이가 됐다'. '더이상 못 견디고 감당 못하겠다'거나 '내가 너무 약했나 보다'라며 체념하는 글도 많았습니다.
직원 수십 명이 함께 듣고 있는 무전기에도 인신공격성 발언이 다반사였다는 동료들 증언도 나왔습니다.
[전 직장동료]
"반말하면서 '너 때문에 뒤에 다 망했다. 빨리 가라. 뛰어라. 뚱뚱해서 못 뛰는 거 아니지 않냐' 주기적으로 '너 살뺀다면서 살 안 빼?' 밥 먹는데…"
결국 유족들은 진정서를 냈고, 고용노동부는 배 씨 사례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했습니다.
특수고용직 종사자로선 처음 인정받은 겁니다.
하지만 이게 다였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배 씨가 피해자는 맞지만 가해자는 징계할 수 없고,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배 씨가 법률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다시 말해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이란 겁니다.
산재 보험 적용도 받기 힘들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특수고용직들이 그렇듯 배 씨도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해도 좋다는 신청서를 써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올해 7월부터 이런 신청서가 있더라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지만, 배 씨처럼 이미 쓴 신청서까지 소급 적용되진 않습니다.
MBC 뉴스 홍의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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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홍의표
캐디 '직장 괴롭힘' 첫 인정…가해자 징계는 못해
캐디 '직장 괴롭힘' 첫 인정…가해자 징계는 못해
입력
2021-02-23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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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1-02-23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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