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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현장] "때려 드립니다"…'삼촌 서비스' 성행

[투데이 현장] "때려 드립니다"…'삼촌 서비스' 성행
입력 2021-03-03 07:18 | 수정 2021-03-0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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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10년 전 학교 폭력으로 고통받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중학생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학교 폭력은 곪을 대로 곪았습니다.

    최근에는 프로배구 이재영·이다영 자매로 시작된 학교 폭력 미투가 연예계로까지 일파만파 번졌죠.

    학교 폭력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자, 내 손으로 해결하겠다며 심부름센터에 의뢰를 해오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른바 '삼촌 패키지'라는 고가 상품까지 등장했는데요.

    부모들 억울한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만... 이런 사적 제재, 역시 범죄겠죠.

    윤성철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중3 딸이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모 씨.

    같은 반 4명은 6개월 넘게 때리며 온갖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이 내린 징계는 봉사활동 100시간이 전부였습니다.

    전학이나 반을 바꾸지도 않았습니다.

    [학교 폭력 피해 학생 부모]
    "화장실 청소, 급식할 때 배식하고, 뭐 이런 거 하고, 반성문 20장 이런 식으로…"

    우울증을 앓는 딸을 지켜보던 김 씨는 결국 심부름센터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학교 폭력 피해 학생 부모]
    "물질적 상해를 가하지 않아도 법적 조치를 하면서 너무 괴롭고, 잘못된 걸 알았으면 좋겠다. 오죽하면 거기를 갔겠어요."

    학교폭력대책위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불신이 커지면서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심부름센터 광고가 넘쳐납니다.

    덩치 큰 어른이 가해학생을 찾아가 존재감을 과시하는 '삼촌 패키지'가 대표적 상품입니다.

    [심부름센터 관계자]
    "가해 학생에게 문신한 형들을 보내서 '우리가 피해 학생 형이다', '삼촌이다'라는 식으로 얘기해서… 자연스럽게 그러지 말아라…"

    경기도의 또 다른 심부름센터는 학교 폭력의 증거를 수집하는 '증거 확보 패키지'를 내세웁니다.

    [박우영/심부름센터 대표]
    "한 달이면 서너 건씩은 (학교 폭력 해결 의뢰가) 들어와요. 비용은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책정하는데, 평균적으로 봤을 때 300만 원 정도."

    학교 폭력이 일어나는 순간을 촬영하기 위해 잠복 업무도 마다 하지 않습니다.

    촬영된 증거물은 학폭위나 법정에 증거자료로 제출됩니다.

    합의를 위해 가해 학생 측 부모에게 건네지기도 합니다.

    [심부름센터 관계자]
    "가해자 학생들이 그 학생한테 다시 가해를 입히는지, 아니면 그 학생에게 와서 어떻게 하는지 그 장면을 채증을 하고 조사를 하는 거죠. 학생 같은 경우는 귀가를 해야 업무를 마칠 수 있어요."

    코로나19로 재택 수업이 많아지면서 부쩍 늘어난 SNS 폭력을 전문적으로 해결하는 업체까지 생겨났습니다.

    [이도근/데이터복구업체 관계자]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한테 가서 (SNS 폭력) 증거를 다 지우라고 합니다. 욕한 거나 협박한 것을 일체 다 지우기 때문에 영상 디지털포렌식으로 데이터 복구를 해서 최대한 증거를 모아서…"

    심부름센터 대부분은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업무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물리적인 폭력 행사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학부모를 유혹합니다.

    [심부름센터 관계자]
    "화가 많이 나서 폭행도 수위가 많이 높았으면 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저희는 사실은 다 돼요. 폭행이 들어가면 금액이 5백만 원부터 시작해서 금액이 부담스럽게 돼요."

    학교 폭력 피해자가 자칫 또 다른 폭력의 가해자로 돌변할 수 있는 겁니다.

    [김동현/변호사]
    "사적 제재의 이용은 경우에 따라 협박, 강요, 폭행과 같은 범죄 행위의 교사 행위로 평가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교육당국이 충분히 보호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근원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합니다."

    학교 폭력을 저질러 경찰에 적발된 학생만 공식적으로 한해 1만 명.

    가해자가 여러 명을 괴롭히는 것을 감안하면 피해자는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MBC뉴스 윤성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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