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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없으면 못 자요"…'별점'에 멍든 자영업자

"수면제 없으면 못 자요"…'별점'에 멍든 자영업자
입력 2021-03-19 06:41 | 수정 2021-03-19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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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자영업자들을 울리는 허위 리뷰와 악성 별점 문제는 배달앱이 훨씬 더 심각하죠.

    별점이 음식점의 존폐를 좌우하다보니, 자영업자들은 고객들의 부당한 요구도 거절 못하는 건 물론, 경쟁업소의 별점 테러에까지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김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경북 구미 한 식당에 걸려온 항의 전화.

    [배달앱 고객·음식점주 대화]
    고객: "갈치조림을 시켰는데 돼지갈비 조림이 왔는데, 이건 뭐죠?"
    (음식점주: 죄송해요. 그거 그냥 드세요. 다시 드릴게요.)

    식당 주인이 주문서를 확인한 결과, 음식은 주문대로 맞게 나갔고, 주인은 고객에게 전화해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러자 고객은 이번엔 음식을 바꿔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배달앱 고객·음식점주 대화]
    고객: "그러면 갈치조림으로 교환을 좀 해주세요."
    (음식점주: 교환이 안 돼요. 저희가 갈비 나간 것은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어요.)
    고객: "알았어요. 음식물 버리겠다고요. 리뷰 남길게요."

    이후 배달앱에는 '이 집은 최악이다. 1만 6천원이 아까운 건 처음'이라는 리뷰와 함께 별 한개가 달렸습니다.

    이 고객이 또다른 식당에 음식을 주문하면서 쓴 메모는 '후기 밥'.

    밥을 무료로 주면, 리뷰를 잘 써주겠단 뜻입니다.

    이 고객은 공짜 밥을 받아먹은 뒤 1점을 줬고, 음식점측이 댓글로 이의를 제기하자 전화로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고객]
    "(당신이) 당연히 환불해주겠다고 얘기를 해줬어야지. 댓글 다는 거 가지고 지*하지 말라고! 너네 가게를 짓밟아주고 싶거든. 꼭 그래 줄게."

    이처럼 별점이나 리뷰를 무기로 부당한 요구를 하는 이른바 '별점 거지'가 한둘이 아니지만, 음식점들은 묵묵히 수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서울 음식점주 A씨]
    "연달아 안 좋은 멘트가 달리면 그날 매출 30-40%가 하락해요. 진짜로 (배달이) 안 들어옵니다."

    별점은 엉뚱한 목적으로도 악용되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의 떡볶이집 주인 김모씨.

    개업 3일째 되던 날 배달앱에 1점 2점 별점과 함께, '고기는 뻑뻑해서 먹을 수 없고, 머리카락도 나왔다'는 리뷰가 달렸습니다.

    [청주 떡볶이집 사장 B씨]
    "(가게) 초반에 오픈 했을 때 별점 테러 하면 그냥 망하는 거거든요."

    주문이 뚝 떨어져 괴롭던 차에, 배달기사가 '인근 다른 떡볶이집이 그 리뷰를 쓴 것 같다'고 알려줬고, 댓글로 '당신 정체와 업소를 알고 있다'고 쓰자마자, 악성 리뷰는 사라졌습니다.

    [청주 떡볶이집 사장 B씨]
    "(별점 테러 후) 수면제 없이는 잠도 못자고요. 리뷰창 들어갈 때에도 손이 떨리고…가족이 다 매달려 하는 생계이거든요."

    서울 동대문구의 식당.

    지난해 한창 배달주문이 몰릴 저녁 6시쯤 메뉴에도 없는 냉면 사진과 함께 '맛이 없다'며 별점 1점이 달렸습니다.

    이 리뷰는 저녁 장사를 다 망치고 난 밤 9시쯤 사라졌는데, 이후에도 '저녁 6시 1점, 9시 삭제' 테러는 두달간 매출이 높은 토요일을 노려 계속됐고, 이 때마다 매출은 3-40만원씩 손해를 봤습니다.

    동종업계 소행으로 의심됐지만, 배달의민족 측은 수수방관할 뿐이었습니다.

    [동대문구 음식점주 C씨]
    "의심은 가는데 배민은 물어도 답이 없으니까…"고객의 창작물이라 손 댈수 없다"고…"

    별점으로 인한 고통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높은 별점을 유지하기 위해, 월 수십만원을 들여 리뷰 관리 업체를 고용하거나, 별 다섯개를 조건으로 음료나 음식을 추가로 제공하는 '리뷰 이벤트'에도 수십, 수백만원을 써야 하는 겁니다.

    [음식점주 D씨]
    "리뷰(서비스 음식)까지 주게 되면 확실히 마진율은 많이 줄죠.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거죠?> 네. 모든 가게들이 그렇게 하고 있어요."

    코로나가 앞당긴 배달의 시대.

    높은 배달앱 수수료에 배달비 부담, 이제는 별점 테러에 관리 부담까지.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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