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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칼 든 원무과장…척추병원의 황당한 '대리 수술'

수술칼 든 원무과장…척추병원의 황당한 '대리 수술'
입력 2021-05-21 06:38 | 수정 2021-05-2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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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인천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의사가 아닌 병원 행정인력들이 대리수술을 한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행정직원이 수술칼로 절개도 하고 봉합을 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찍혔습니다.

    조희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월, 인천의 한 척추전문병원 수술실.

    환자가 엎드린 채 수술대에 누워 있습니다.

    수술복을 갖춰 입은 한 남성이 다가갑니다.

    도구를 건네받은 남성은 환자의 허리 부분을 절개하기 시작합니다.

    도구에서 나는 기계음이 들립니다.

    "윙."

    수술 부위를 닦은 것으로 보이는 피묻은 거즈가 수술대에 위에 쌓입니다.

    능숙하게 허리 수술을 진행하는 이 남성은 의사가 아닙니다.

    병원의 환자이송을 담당하는 진료협력팀 과장 A씨입니다.

    진짜 의사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40분 정도가 지나자 한 남성이 들어옵니다.

    이 병원의 정식의사입니다.

    의사는 약 5분 정도 환자를 수술하고 나갑니다.

    의사가 나가자 옆에 있던 또 다른 남성 B씨가 환자의 수술 부위를 봉합합니다.

    B씨 역시 의사가 아니라 진료협력팀 실장입니다.

    그러니까 의사가 들어오기 전과 후에 병원 직원들이 수술과 봉합을 하는 겁니다.

    또 다른 수술장면.

    환자 몸에 수술칼을 대는 이 남성도 의사가 아니라 병원 원무과장 C씨입니다.

    원무과장은 의료용 현미경을 가져와 환부를 들여다보며 처치를 합니다.

    40분 뒤 간호사가 원무과장에게 전화 모양의 손짓을 하더니 다 같이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신경외과전문의인 이 병원 원장이 들어옵니다.

    5분 동안 수술을 진행하더니 환자에게 다가가 수술이 끝났다고 말합니다.

    [의사]
    "000씨~다 됐네."

    ==============================

    제보를 한 병원 내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허리 수술에서 의사가 아닌 사람에 의한 대리수술이 이뤄졌다고 말합니다.

    대리 수술은 의사들을 고용하지 않고 더 많은 수술을 할 수 있어 병원의 수익과도 직결된다는 겁니다.

    의료법에는 의사만 의료 행위를 할 수 있고,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의료 행위를 시켜서도 안 됩니다.

    이를 위반하면 징역 5년 이하, 5천만 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인천 보건소 관계자]
    "사실 동영상으로 볼 때는 의료행위가 맞아요. 의사만 할 수 있고 처치나, 진단, 수술 검사 이런 건 다 의사만의 고유 권한이거든요."

    ==============================

    해당 병원을 찾아가 해명과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병원 측은 대리수술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병원 관계자]
    "일단은 이게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가 뭐 어떤 취재에 응할 게 없다. 그렇게 전달하라고 하셨고요."

    해당 병원의 신경외과 의사와 진료협력팀 과장 A씨도 대리 수술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신경외과 의사]
    "간호사 자격이 다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제 옆에서 그냥 보조하는 역할이지 척추 수술을 어떻게 뭘 대리로 시킨다는 건지…"

    [진료협력팀 A 과장]
    "간호조무사 자격증은 있어요. (저는) 환자 이송하고요. 환자 포지션 잡아주는 거 하고 있어요. (그럼 수술에는 참여하신 적이 없다 이 말씀이시죠?) 네."

    하지만 MBC가 입수한 10시간 분량의 동영상에는 대리 수술 장면과 의료법 위반 행위가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제보를 한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등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영상을 촬영했다며 국민권익위에 공익신고를 접수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조희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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