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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잡고 껴안았는데' 무죄?…"재판 다시 하라"

'팔 잡고 껴안았는데' 무죄?…"재판 다시 하라"
입력 2021-06-17 06:40 | 수정 2021-06-17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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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부하인 부사관을 여러 차례 성추행 한 혐의로 기소된 군 간부에게, 고등군사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업어준다'며 팔과 어깨를 만진 행위를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이라며 면죄부를 준 건데, 대법원이 재판을 다시 하라고 했습니다.

    공윤선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17년 육군학생군사학교 간부 A 소령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같은 사무실의 여성 부사관 B씨를 여러 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입니다.

    "추억을 만들자. 너를 업어야겠다"며 B씨의 양손을 잡아 끌어 자신의 어깨 위로 올렸고,

    난데없이 "키를 재보자"며 B씨의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몸에 밀착시킨 뒤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걸 가르쳐 준다며 뒤 쪽에서 B씨를 안으며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당시 군에 들어 온 지 1년 밖에 안됐던 B씨,

    직속 상관인 A소령의 불쾌한 신체접촉에 바로 항의하지는 못했지만, 피해 상황을 휴대전화에 기록했고 동료들에게 털어놓았습니다.

    1심인 보통군사법원은 A소령에게 징역 2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2심에서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A소령의 행위는 모두 '객관적이고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왔고,

    이것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이 현저히 침해 됐다고 볼 수 없다"며 고등군사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겁니다.

    형법상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백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군형법에서는 같은 죄를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했습니다.

    위계 질서가 엄격하고 폐쇄적인 군 조직의 특성을 반영해 법정형을 높였지만, 실제 처벌에선 소용이 없는 겁니다.

    [오선희/변호사]
    "이 판결문을 보면 (피해자가)'이 사법 시스템은 나를 전혀 보호하지 않는구나' 내가 괜히 신고를 했다거나(하는 생각이 드는)..피해가 있어도 신고를 할 수가 없어요."

    결국 대법원이 2년 만에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A소령이 인정하는 행위만으로도,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켰음이 객관적으로 인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MBC뉴스 공윤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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