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현직 해양경찰관이 동료의 괴롭힘과 과거 성폭력 피해를 폭로했습니다.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경 조직이 축소와 은폐에 급급해, 외부기관이 조사에 나서달라며 가해자를 고소했습니다.
홍신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16년째 해경에 근무하고 있는 A씨.
올해 2월, 처음 해경 본청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그런데 근무 첫날부터 직급이 같은 남성 동료 B씨가 업무가 미숙하다며 시비를 걸었다고 합니다.
[A 경사]
"근무 16년차에 얼마나 날로 먹었길래 이딴 주무서무 하나 못 처리해서 피똥싸고 있냐. 일어나서 다른 장소로 피했어요. 너무 모멸감에.."
다른 직원들 앞에서도 막말을 서슴치 않았다는 게 A씨의 말입니다.
[A 경사]
"후임으로 왔다고 괴롭히기 시작하는 거예요. 제 느낌에는 '괴롭힘'이었거든요. 군대 후임 다루듯이…"
이 때문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된 A씨는 해경 측에 문제를 알렸습니다.
그런데 상사들의 반응은 오히려 피해자가 '육아휴직'을 하고 떠나라는 권유였다고 합니다.
[감찰계 직원과의 통화 녹취]
"(조사를 하면 피해자가) 누군지 다 알게 되고 그 이후가 좀 평탄치 않을 거 같아. 대신 육아휴직은 아무 문제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아"
전체 해경 중 여성의 비율은 고작 10%로 고충을 털어놓을 곳도 마땅치 않는데, 이런 일을 겪으면서, A씨는 순경 시절 당한 성폭력 피해의 상처까지 되살아났다고 합니다.
회식 때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다음날 상관에게 보고했지만 돌아온 건 가해자를 향한 욕 한 마디뿐, 어떤 조치도 없었습니다.
[A 경사]
"내가 회사로부터 도움받지 못했던 직장 내 성폭력‥ (이번 사건도) 묻히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저 16년 동안 안 날로 먹었어요"
해경은 처음엔 해줄 게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해경 관계자]
"아픔을 이야기를 하니까 그 아픔을 이제 우리가 같이 공감하려고 노력을 했던 거고‥ 그 정도의 사안이라고 본 거죠. 문제가 있으니까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를 해야된다, 뭐 이렇게‥ 사실 그런 제도 자체가 지금 없기는 하고…"
하지만 해경은 A씨가 국민 청원에 글을 올리고 동료 B씨를 모욕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자 뒤늦게 감찰에 착수해 B씨를 곧바로 대기발령 조치했습니다.
MBC뉴스 홍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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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홍신영
'막말' 신고하니 "육아휴직"…덮는데 급급한 해경
'막말' 신고하니 "육아휴직"…덮는데 급급한 해경
입력
2021-07-01 06:37
|
수정 2021-07-0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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