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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무법질주'에도…손님은 "왜 늦었냐"

목숨 건 '무법질주'에도…손님은 "왜 늦었냐"
입력 2021-09-03 06:31 | 수정 2021-09-0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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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배달 주문이 많아지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달 오토바이의 위험한 질주도 크게 늘었습니다.

    ◀ 앵커 ▶

    배달 노동자들은 빨리 가야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손하늘 기자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사무실과 아파트가 함께 모인 신도시.

    점심시간에 배달 오토바이가 출발합니다.

    출발과 동시에 신호를 위반하며 사라져, 쫓아가기도 어렵습니다.

    12차로 도로에서 줄줄이 신호를 어기고, 차들 사이를 요리조리 가로질러 겨우 도착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늦었다"는 독촉입니다.

    [식당 관계자]
    "이거 12시 5분까지 갖다달라고 하거든요."

    [김기범/배달 노동자]
    "여기서 (인도로) 올라오면 바로 올라올 수 있잖아요. 급할 때는 이렇게 해요."

    비가 내리면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주문이 더 늘어납니다.

    빗길을 달리면서 확인한 고객의 메시지, "빨리 와달라"는 내용입니다.

    이런 독촉 문자는 수시로 날아옵니다.

    다른 배달 오토바이는 아파트 단지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위험하다며 아예 오토바이가 못 들어오게 막아놔 입구부터 걸어야 합니다.

    남들이 퇴근할 때, 더 바빠지는 배달 노동자.

    사회적 거리두기로, 음식점과 카페의 영업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배달업체 지점에선 40명이 주문을 받고 계속 거리로 나서지만 20개 넘게 쌓인 주문은 줄지를 않습니다.

    작년 온라인 음식 배달금액은 17조 4천억원, 1년 전보다 78.6% 폭증했고, 배달노동자는 39만명, 2013년 이후 가장 많습니다.

    주택가 한 가운데 들어선 배달대행업체.

    어린이공원 바로 옆에 오토바이 수십 대가 진을 치고 있습니다.

    배달의 편리함은 일상이 됐지만, 역설적으로 배달 오토바이는 눈쌀부터 찌푸리는 대상이 됐습니다.

    [인근 주민]
    "밤늦게 그냥 소리를 내며 왔다갔다 하니까 아무래도 시끄럽죠. 애들(배달 노동자)끼리 떠들고 얘기하는 게 다 들려요, 안 좋죠.

    [인천 송도 아파트 관계자]
    "아이들 다칠 뻔하고 몇 번이나 이분들하고 싸우고…"

    배달 노동자들은 위험한 운전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묻는 게 맞냐고 되묻습니다.

    [김기범/배달 노동자]
    "태풍이 오는 날도 배달이 떠요. 한 번쯤은 생각해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사람'이라는 걸… 정말 기사들이 희생해서, 갈아넣어서 지금 하고 있다..

    편리함이 커진 대신 배달 노동자는 물론 시민 모두의 안전을 볼모로 한 사회적 비용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급성장하던 배달시장, 코로나19로 미처 준비할 새도 없이 더욱 커져버렸지만,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작업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입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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