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전기차의 배터리는 충격을 받으면 불이 나기 쉬워서 주기적인 교체는 물론, 운반이나 폐기 과정에서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작 도로 위에선 위험천만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손하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강원 삼척의 국도를 달리던 9톤 화물차가 시커멓게 탔습니다.
전북 군산과 완주의 국도에서도 달리던 화물차에 불이 났습니다.
불이 시작된 건 모두 짐칸에 있던 전기차 폐배터리였던 걸로 추정됩니다.
운송 과정에서 충격을 받아 폐배터리가 파손됐기 때문입니다.
전기차가 지난 2016년 1만 대에서 5년 만에 19만 대로 급증하면서 폐배터리양도 크게 늘었습니다.
아파트 8층 높이의 이곳 시설엔 자동차 폐배터리 120여 개가 현재까지 입고돼 재사용이나 재활용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화재에 취약한 배터리는 차체에서 떼어내면 화재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의 분리막이 가벼운 충격에도 파손돼 순식간에 고열의 에너지를 내뿜고, 일단 불이 붙으면 끄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화재가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 7월 폐기물관리법에 '폐배터리 처리 규정'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운송할 때 개별 포장하거나 밀폐된 운반 상자에 담아야 하는데,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시행 석 달 째, 규정이 잘 지켜지는지 현장으로 나가봤습니다.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를 달리는 1톤 화물차,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차체가 크게 흔들립니다.
폐배터리를 보호하는 건 대각선으로 두른 고무끈 한 개와 반쯤 덮은 성긴 그물이 전부입니다.
[화물차 운전자]
"밧줄 매고 갖고 왔어요. <이게 충격에 굉장히 민감한 거 아시지요?> 몰랐어요."
고속도로를 달리는 또 다른 1톤 화물차도 마찬가지.
직사광선이나 빗물에 노출되면 폭발 위험이 커지는데도 짐칸에 그냥 올려놨을 뿐, 어떤 덮개도 안전장치도 없습니다.
환경부는 규정만 만들었을 뿐 단속에 나선 적도 없습니다.
[윤준병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규정이 있으면 뭐 합니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져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실효성이 있는 만큼, 제대로 지켜지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폐배터리 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홍보할 계획이고, 다음달부터 지도점검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말까지 나올 전기차 폐배터리는 모두 1천여 개, 10년 뒤에는 11만 개가 쏟아져 나옵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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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하늘
쉽게 불붙는 전기차 폐배터리‥'마구' 싣고 달린다
쉽게 불붙는 전기차 폐배터리‥'마구' 싣고 달린다
입력
2021-10-20 06:49
|
수정 2021-10-20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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