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장 불났는데‥대피 방송 안 한 까닭이?

◀ 앵커 ▶

충북 청주의 한 고급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불이 났는데 30분이 지나도록 주민 대피 안내방송도 안 했다고 합니다.

아파트 측은 소방 법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는데, 어떻게 된인지 김은초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주차된 흰색 승용차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더니, 곧이어 아파트 직원들이 달려와 불을 끄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불길은 10여 분 만에 잡혔지만 주차장 안은 연기로 가득 찼고, 불을 끄던 20대 직원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런데 불이 난 지 30분쯤 뒤,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이제서야 대피하려는 주민들로 북적입니다.

[아파트 주민]
"마스크만 끼고 나오기에는 냄새가 강하더라고요. 제 차 옆에서 화재가 나서 일단 밖으로 이동해야 할 것 같아서 차를 밖으로 (뺐어요.)"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불이 꺼지고도 15분이 지난 뒤에야 주민 대피 방송을 내보냈기 때문인데, 화재 당시 집에 머물고 있던 주민 100여 명은 뒤늦게 혼비백산했습니다.

[아파트 주민]
"1층까지 연기가 찼어요. 근데 방송 안 하면 안 되지‥우리는 다 타죽으라고?"

아파트 홈페이지에도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알고 보니, 화재 당시 관리사무소 측은 불이 난 지하 2층을 포함해 지하 1·3층 주차장에만 곧바로 대피 방송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관련법에 따르면, 지하에서 발생한 화재는 바로 위층과 다른 지하층에만 경보를 울리게 돼 있다며, 매뉴얼대로 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소방청 관계자]
"(대형 건물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피난을 하게 되면 오히려 계단이나 복도에서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하지만 45층짜리 9동, 2천여 세대가 사는 지상층에서는 화재 사실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자칫하면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고층 아파트 화재, 주민들이 빠르게 상황을 인지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경보 체계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김은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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